있어도 고민 없어도 고민…용병에 울고 웃는 프로농구

한국 프로농구는 용병장사라고 했다. 그렇다. 2016-2017 KCC 프로농구의 2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올해도 여지없이 외국인선수들의 활약이 팀성적을 결정하고 있다.

“농구 팬에게 좋은 품질의 경기를 선보이기 위해 외국인선수 출전을 기존 방식대로 유지하려고 했으나, 6개월에 걸친 정규리그 흐름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전술로 팬들에게 농구의 재미를 주기 위해 쿼터별 출전 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2013-14시즌부터 2명 보유, 1명 출전의 방식에서 벗어나 외국인선수들의 경기 비중을 늘리면서 KBL이 밝힌 내용이다. 이로 인해 2016-2017시즌 정규리그 3라운드까지는 1, 4쿼터에 1명씩 뛸 수 있고, 2, 3쿼터에는 2명을 동시에 기용할 수 있다. 또 4라운드부터는 4쿼터에 1명만 뛰되, 1-3쿼터에 한해 두 쿼터 동안 2명이 뛸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팬들에게 외국인선수들의 화려한 경기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외국인선수의 활약에 따른 각 팀간의 순위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크레익 효과로 웃음 짓는 서울삼성=삼성은 2015-2016시즌을 29승 25패(승률 0.537), 5위로 마쳤다. 2014-2015시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두었던 삼성의 반등에는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있었다. 라틀리프는 이상민 감독이 기대를 걸며,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선수였다.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준 라틀리프는 리바운드 평균 11.85개로 1위, 득점 20.02로 6위에 오르며, 팀도 최악의 시즌에서 벗어나 5위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2016-2017시즌, 현재 삼성은 디펜딩챔피언 오리온을 위협하는 대항마로 2위에 올라 있다. 중심에는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라틀리프와 새로 영입된 마이클 크레익이 있다. 라틀리프는 득점 23.18점으로 5위, 리바운드 12.18개로 1위에 오르고 있다. 크레익은 득점 16.35점으로 13위, 어시스트 평균 4.41개로 13위에 오르며, 두 선수 모두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이다. 올시즌 삼성돌풍은 두 선수의 활약에 힘입은 것이 확실하다.

에밋에 울고 웃는 전주 KCC=2015-2016시즌 정규시즌 우승자 전주 KCC는 지금 4승 11패(승률 0.267)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은 안드레 에밋<사진>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등장하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에밋은 평균 득점 25.72점으로 성공 누적 순위 1위, 평균 누적 2위에 오르며 KBL에 단신 테크니션 돌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올 시즌 에밋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또 개막에 앞서 우승 후보로 꼽힌 KCC지만, 에밋의 사타구니 부상으로 9위에 머무르고 있다. 에밋은 개막 후 11월 24일에나 복귀할 수 있었다. 이날 LG와의 경기에서 오랜만에 코트에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19득점 3리바운드를 하며 기대감으로 높였다. 하지만 이날 사타구니 부상이 재발하면서 6주간 재활 진단을 받으며 다시 전력에서 제외됐다. KCC의 다른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언스도 최근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분전하고 있지만, 에밋의 존재감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전주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밖에도 kt는 용병 악재가 겹치며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고, 동부는 외국인선수들이 분전하면서 3위는 가능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확실한 것은 한국 프로농구의 시즌 성패는 ‘외인농사’에 달렸다는 것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선수 한 명의 비중이 높은 종목의 특성상, 농구에서는 외국인선수 한 명만 잘 뽑아도 6강 진출은 낙관할 수 있을 정도다.

이렇게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농구계 일부는 “어차피 농구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그 성공여부를 떠나 한 번쯤 외국인선수 제도를 철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이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을 더 높이고, 또 농구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C구단 관계자는 “외국인선수들은 국내선수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멤버가 약한 팀이 용병까지 없다면 결국 팬, 언론 등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을 폈다. 어려운 문제다. 한국 프로농구의 외국인선수 제도는 이제 계륵이 돼 버렸다.

차지훈 기자/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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