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물과 뇌물

진경준(49)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대표로부터 ‘공짜’로 받아 126억원 대박을 터뜨린 넥슨 주식은 ‘뇌물’이 아니다라는 한국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를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벗을 일컫는 ‘지음(知音)’관계라며 엄청난 자산가인 김 대표가 절친 진 검사에게 준 공짜 주식은 뇌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김 대표가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며 “검사인 진씨에게 ‘보험’을 들었다는 주장도 옳지 않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심지어는 김 대표가 “진 씨가 검사이기 때문에 준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줬다”고 진술했음에도 이를 애써 무시했다. 정말 이상하고도 해괴망칙한 발언이다.

재판부의 이번 발표는 ‘작게하면 도둑이요 크게 하면 대도’라는 한국적 교훈을 다시 한번 되새겨 줬다. 보험성 뇌물에 면죄부를 주고, 스폰서 검사를 법적으로 정당화한 것이다.

한국은 최근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김영란’법을 도입했다. 김영란 법에 따르면 3만원 이상의 밥만 얻어 먹어도 불법이다. 부조금도 10만원을 넘으면 안된다. 친구나 지인 사이에 선물도 곤란하며 이성간에 선물이 오가려면 ‘연인’사이여야 한단고 못박았다. 복잡한 환율과 법문제가 걸린 해외동포나 주재원 그리고 파견 공무원에게도 예외 없이 김영란 법이 적용된다고 한게 바로 한국 정부다.

그런데 ‘부자’가 사회 요직에 있는 ‘친구’에게 하는 ‘선물’은 액수가 얼마이든, 원래 목적이 어찌됐건 무조건 괜찮다고 말한다. 그것도 한 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재판부가 그렇다고 한다.

복마전(伏魔殿)이란 말이 있다. 한자 그대로 마귀가 숨어있는 집이나 굴이란 말인데 이익갈등으로 인한 이전투구가 횡행하는 상황을 표현할때 쓰인다. 복마전 안을 헤매고 있는한 마귀만 만나기 마련이다. 물론 좀 덜 나쁜 마귀를 만나는게 좋겠지만 그래도 마귀는 마귀일 뿐이다.

크기변환_최한승06

최한승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