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의류업계 2016년을 돌아보며

한인의류업계 2016년을 돌아보며

-하-반등의 계기를 만들며

병신년 한해는 한인의류업계에게는 한편으로는 기억하기 싫은 끔찍한 불황의 연속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존을 넘어 재도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유통구조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LA의 생산 인프라는 빠르게 붕괴됐고 한인 은행권의 대출 옥죄기 등 이른바 ‘돈’맥 경화라는 다중고 속에서도 각 업체마다 나름의 해법 마련에 분주했다.

■ 유통 구조 다변화

이미 매출의 급감세를 전환시키기 힘든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고객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미국 내 각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의류 트레이드 쇼 참가가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라스베가스 매직쇼를 제외한 타 지역 트레이드 쇼에 참가하는 한인 업체는 60~70개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00개 이상의 업체가 최소 두 개 이상의 도시에서 열리는 관련 행사에 참가해 새로운 바이어 발굴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갑작스럽게 한인 참가 업체가 늘어 관련 참가비 등 비용 인상과 함께 현장에서 과도한 판매 경쟁이라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동안 앉아서 손님을 기다렸던 업체들의 태도 변화는 분명 주목되는 부분이다.

온라인에 대한 투자 역시 괄목할 만하다. 이미 자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매 월 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한인 의류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고가 자체 브랜드 런칭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과 회사 인지도를 높여가는 업체도 최근 한인 의류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 직접 진출해 도매 뿐 아니라 소매 판매까지 시도하는 업체도 올해 새로운 모습 중 하나다.

백화점을 비롯해 중간 이상의 판매 가격대를 유지하는 대형 유통사와의 거래 관계 역시 올해 크게 늘었다. 기존 박리다매 구조에서 소량, 다품종에 어느 정도 판매에 따른 영업 이익률도 기대 할 수 있는 구조다.

■ 생산 인프라의 다변화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고강도 노동법 단속 및 관련 분쟁속에 새로운 생산지를 찾던 LA지역 한인의류업계는 라스베가스라는 다소 의외의 장소에서 나름의 해법을 찾고 있다.

올해 초 4~5곳의 한인 봉제 업체가 생산 터전을 옮기면서 시작한 라스베가스행은 7월 의류협회의 시찰 이후 급물살을 탔다.

지난 8월 이후 한인 의류업체 중 상위 10위권에 들어가는 3~4곳의 업체들이 기존 해외 생산 물량을 상당 부분을 라스베가스로 옮기면서 현지 한인 봉제 업체 역시 빠르게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기존 봉제 업체와 함께 중간 규모급의 일부 한인 의류업체들도 대규모 생산 및 물류 시설을 라스베가스로 옮기기 위해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LA에서 생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한인 봉제업체들은 과거 방식 탈피를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다.

막연하게 생산 단가 인상을 바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지만 생산 단가를 현실화 할수 있는 중고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 품목을 변경해 최저임금을 비롯한 노동법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중이다.

미주한인봉제협회 황상웅 회장은 “저가 중심의 생산 구조에서는 더이상 LA봉제 생산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이 지역 전체 한인 패션산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LA에서 기본적인 생산 환경이 뒷받침 돼야하므로 내년부터 협회를 중심으로 법규 준수 속에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만드는 업계로 탈바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운영비 현실화

지난 2년동안 악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기만 했던 도매 상권의 임대료와 키머니는 올해 현실화 됐다. 최소 30% 일부 지역은 절반 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올해 재계약 한 업체 중 일부는 연간 20만 달러 이상의 절감 효과 봤다고 전했다. 인건비 역시 대부분의 직종에서 예년 수준으로 동결됐다.

이미 타 업종에 비해 급여 수준이 높았지만 이직률이 높다 보니 자연히 인건비가 해 마다 올랐지만 올해는 극심한 불황에 따른 업체수 급감에 따라 인건비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인력 감축에 나섰던 업체도 많아 업체당 평균 2명 이상의 인건비를 줄였다. 이 역시 연간 10만 달러가 넘는 비용을 줄인 셈이다.

허리띠를 잔득 졸라매고 대부분의 업체 사장들이 과거 보다 더 일을 한 덕에 올 4분기 들어 매출이 반등한 업체도 적지 않다.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세를 업계가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오랜 불황속에 나름의 생존법을 각 업체 뿐 아니라 전체 업계에서 찾았다는데 있다.

한인의류협회 김영준 이사장은 “업체의 규모와 상황은 다 다르지만 각 업체마다 불필요한 것은 줄이고 추가로 투자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효율적으로 지원을 하는 방법을 택하면서 나름의 생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세계 의류 유통 환경이 여전히 어렵고 또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LA지역 한인 의류업계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해 재도약을 발판을 올해 만든 만큼 내년에는 상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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