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안개를 걷어줄 리더십은 어디에

20170103000645_0 운전자한테 가장 큰 적은 안개다. 눈 뜬 자도 눈 멀게 하는 것이 바로 안개인 까닭이다. 시계제로인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기란 어렵다. 위험천만한 도전이다. 고속도로 상에서 만난 안개라면 특히 그렇다.

속도를 줄일 수는 있지만 고속으로 뒤따르는 차들이 있어 급제동할 수 없고, 멈춰 설 수도 없다. 안개구간에서 운전은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곡예비행과 다르지 않다. 자동차 사고 최다 발생 지점이 고속 주행 안개구간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는 지금 짙고 두터운 안개구간에 맞닥뜨려 있다. 정치도, 경제도, 국제정세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치 불확실하게 돌아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정국은 정치권을 혼돈과 투쟁의 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여야는 차기 정권 쟁취를 위한 공세에 매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촛불 민심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반기업정서에 편승해 인기영합주의 발언만 늘어놓는 대선 주자들도 눈에 띈다. 이러고 보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규제개혁, 노동개혁, 일자리 창출 등 뒷걸음질 치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정부 정책은 힘이 빠졌다. 정치권 눈치만 살피며 복지부동하는 공직자들도 나타난다.

경제는 끝간 데 없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이고, 유가상승에 힘입어 신흥국 경제 역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내리막 길의 연속이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말미암아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2%에 그칠 것이란 진단이 쏟아진다. 기업들은 ‘성장’ 대신 ‘생존’으로 방향을 틀었다. 새해 벽두에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 대다수가 ‘투자’와 ‘일자리 창출’ 대신 ‘변화와 혁신’을 외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제정세 역시 본격적인 안개국면에 돌입했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과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 역시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매주 말 광화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촛불 시위는 불확실한 미래를 밝혀주기를 바라는 민심으로 읽어야 한다.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고, 옹호하기 위한 정치놀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은 착각에 빠져,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달콤한, 때로는 속시원한 포퓰리즘 발언을 쏟아내면서 대중적 인기를 모으려 한다.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지지율 추락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지지율 상승은 미미했다. 어느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는 ‘중도주의 노선’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광화문 촛불 시위는 그야말로 특정세력에 의한 국정농단을 단죄하고, 헌법이 보장한 평등한 시민사회가 구현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담겨 있을 뿐이다.

미래는 안개에 휩싸여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의 바람을 제대로 읽고 안개를 걷어낼 리더십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쪼개진 여당이나 제1당 더불어민주당 어느 곳에서도 불확실한 미래를 밝혀줄 희망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정권쟁취를 위한 정략적 발언만 메아리 칠 뿐이다.

후련한 구호가 아니라 확실한 비전으로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자만이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될 거란 걸 정치권은 흘려 듣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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