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굴기’中 콧대 콱 눌러버린‘슈퍼파워’미국의 힘!

[라스베이거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네요” CES 중국 기업들의 전시관을 둘러본 국내 전자업체 한 관계자의 한 줄 감상평이다. ‘대륙굴기’의 기상을 유감없이 뽐냈던 지난 9월 독일 IFA 때 기세는 온대간데 없이, 그저그런 제품들만 조용히 전시하고 있는 CES 전시장 내 중국 기업들의 모습이다.

올 한해 전자 IT 업계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7’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는 수많은 호텔과 카지노가 있다. 이 중에서도 월등한 높이, 황금색 화려한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호텔이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는 이곳 라스베이거스 투자를 통해 많은 재산과 인기를 모았고, 결국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

올해 CES에 가장 많은 기업들을 내보낸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CES 2017에 부스를 꾸린 중국 기업만 약 1300여개에 달한다. 전체 참가업체 숫자의 33% 정도다. CES 2017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나 시내 호텔에서 유달리 튀는 억양의 중국어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유다.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7′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지만 이런 숫자와 달리,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중국 기업들의 기세는 예년만 못했다.

리차드 위 화웨이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가장 비싼 대관료를 자랑하는 메인홀에 창홍이나 하이센스, 하이얼, TCL 같은 중국 대표 TV 및 가전 회사들이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과 함께 대규모 부스를 꾸렸지만, 정작 관람객 및 전시물 숫자 면에서 경쟁 기업들에게 밀리고 말았다.

그나마 지난해 미국 GE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한 하이얼이 공동 부스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홍보도 했을 뿐이다. 심지어 이번 CES에서 주목받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의 전용 전시관에서는 중국 기업은 사실상 전멸했다.

이와 관련 국내 업체 한 관계자는 “트럼프의 기에 밀린 중국의 한계”로 해석했다. 양이나 질 모두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중국 제품들은 아직 변방에 불과하다. 유럽시장에서 나름 잘 팔리는 창홍이나 하이얼 TV도 미국에서는 인지도 없는 브랜드일 뿐이다. 샤오미나 화웨이도 이곳에서는 그냥 ‘중국산’ 스마트폰이다. 여기에 자국 우선 주위를 내세운 트럼프까지 등장했으니, 아직 체질적으로 허약한 중국 업체들에게는 더욱 버거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 관계자는 “몇달 전 IFA라는 큰 전시회가 열린 독일, 유럽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이나 TV가 나름 싼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도 제법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제3 세계의 낯선 브랜드”라며 “그나마도 외형과 기능에서는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에게 직접 와 닿는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있었다”고 중국 기업이 CES 2017에서 관람객 모으기에 실패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퀄컴과 인텔, 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들의 기세는 대단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는 모든 스마트 가전제품에 핵심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았고, 인텔과 퀄컴의 반도체 기술은 전자 뿐 아니라 자동차의 미래까지 선도했다. 심지어 RCA나 폴라로이드 같은 추억의 ‘미제’ 브랜드도 CES 2017에서만큼은 터줏대감 노릇을 톡톡히 했다.

CES 2017이 막 끝나고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시작되는 사이, 미국에서는 트럼프발 낭보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멕시코 또는 캐나다로 공장을 옮기려던 자동차 업체들이 계획을 백지화하고 미국 현지 공장 설립계획을 속속 발표한 것이다. CES 기간 동안 미국 내 공장 설립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한 삼성전자, LG전자 CEO들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간과했던 미국의 막강한 힘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CES 2017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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