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공유,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 유독 신중했던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 옷걸이가 이렇게 좋은 배우는 처음 본다. 그런데 연기도 잘한다. 낮은 톤의 기품 있는 내레이션도 엄청 멋있다. 공유 얘기다. 여성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공유와 ‘도깨비’는 제대로 만났다. 그는 여기서 코트, 패딩, 니트 등 온갖 종류의 의상을 걸치기만 하면 마력을 부린다. 그 옷들은 공유가 입어줌으로써 비로서 의미를 부여받았다.

공유는 드라마 ‘커피프린스’와 영화 ‘부산행‘과 ‘밀정’으로 흥행배우가 됐고 영화 ‘도가니’로 보다 의미있는 작품에도 도전했지만 한가지 콤플렉스가 있다. 드라마 ‘빅‘의 흥행 실패로 유독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빅’은 18살 청소년이 어느 순간 30살 성인 남자가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였다.

그래서 황당무계할 수 있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인 ‘도깨비’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김은숙 작가의 삼고초려에는 그런 부분이 작용했다.

‘도깨비’에서는 공유의 마법이 안방극장을 제대로 홀리고 있다. 지난 7일 방송 된 12회에서 김신(공유)은 저승사자(이동욱)와의 키스로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누이동생 김선(유인나)과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행복함도 잠시 자꾸만 지은탁(김고은)의 앞에 나타나는 박중헌(김병철)의 존재를 알게 된 김신은 그를 찾아 나섰고 박중헌의 입을 통해 자신이 그토록 원망했던 어린 왕, 왕여가 바로 저승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신은 분노에 휩싸여 도착한 절에서 저승사자와 마주치자 마자 목을 잡아 긴장감을 자아냈다.

‘공깨비’ 공유를 향한 신의 관심은 특별한 사랑이자 배려일까 아니면 그를 향한 분노일까. 공유는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고통의 시험대 위로 홀로 외롭게 내던져진 김신의 모습을 눈빛, 눈물, 몸짓 하나하나로 표현해내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많은 시간을 고려시대 장군으로 전쟁터를 누비며 누이와 왕, 수하들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웠으나 그 과정에서 흘린 수많은 적군들의 피는 원죄가 되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도깨비로 살며 수많은 이들의 수호천사가 되었고 약 천 년의 시간 동안 가신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흘린 고통의 눈물에도 신에 의해 그는 또 다시 감당치 못할 슬픔 속으로 무참히 내던져졌다.

끝없는 고통이 공유를 슬픔의 소용돌이에 갇혀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사랑을 만났으나 죽음이 그 앞을 가로 막았고, 그립던 누이와의 재회의 기쁨은 동시에 찾아 온 천 년 분노의 대상 앞에 맥없이 사그라지고 만다. 그러던 와중에 또 다시 가신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찾아 왔다. 수십, 수백 번 이어졌음에도 단 한 순간도 익숙해지지 않았을 소중한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되 잊지 못하게 만드는 신이 그에게 내린 가장 잔인한 형벌 앞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축 쳐진 어깨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특히 모든 순간 김신이 느낄 희로애락의 감정을 공유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내 시청자들을 극 깊숙한 곳으로 끌어 당겼다. 눈가를 가득 메운 눈물부터 보는 이들마저 기분 좋게 만드는 행복한 미소, 또 가끔 보여주는 찌질한 질투의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을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 들어 다채롭게 표현해낸다. 공유의 몰입도 높은 연기는 시청자들이 김신의 감정선을 자연스레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든다. 사랑, 가족, 친구, 복수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기에 공유가 계속해서 닥쳐 오는 아픔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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