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럼] 공동체주의에서 개인주의 시대로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 말은 지금 우리에게 시대강령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들 역시 각자 살아남는 생존이 되어야 타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게 아닌가. 그만큼 우리가 처한 현실이 각박하다는 뜻이다.

각자도생이 시대강령으로 다가오는 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선언, 즉 브렉시트가 유럽에 드리워진 각자도생의 그림자를 드러낸다면 대선에서의 트럼프 당선은 미국으로부터 파생되어 나갈 전 세계적인 각자도생의 여파를 예감하게 한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구상에 들어갔고 일본은 갈수록 보수화의 길을 걸어간다. 자국 이기주의가 지구 전체에 드리워져 있다. 각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은 전 지구적으로도 또 개개인의 삶 속으로도 파고들어오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민감한 대중문화 역시 각자도생의 삶을 그리기 시작한 지는 꽤 됐다.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이 1인 가구의 삶을 긍정적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 건 사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각자도생’의 삶이 밑바탕에 드리워져 있었다. 왜 함께 사는 삶이 아닌 혼자 사는 삶이란 말인가. 물론 능동적으로 그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졌지만 그 변화의 단초는 함께 사는 삶이 주는 현실적 부담에서부터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1인 가구들의 급증은 쿡방, 먹방 같은 트렌드로도 이어졌다. 혼자 먹으면서도 그럴싸하게. 그것이 이들 방송들이 목표하는 것들이었다. 드라마에 있어서 가족드라마들이 조금씩 퇴조하고 대신 싱글들이 연애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이 1인 가구의 급증과 결혼을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시대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결혼이 아닌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해피엔딩이 되었다. 가족주의 시대의 종언. 1인가구들의 급증은 개인주의 시대를 열었다. 가족이나 공동체의 가치보다 나 자신의 가치가 가장 중요해졌다.

물론 각자도생의 삶을 우리 사회에 촉발시킨 건 97년 터진 IMF의 여파다. 공동체와 가족주의로 중무장하며 달려왔던 가장들은 이 때 평생직장을 잃었다. 직장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삼고 살아왔던 가장들은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런 삶을 바라보며 자라난 세대들은 결국 나 자신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공동체주의도 가족주의도 위기의 순간이 오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드리운다는 것을.

하지만 각박해진 현실을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시도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각자도생의 현실에서 비롯되어 ‘긍정화’의 트렌드로 제시된 이른바 욜로 라이프(YOLO life)는 대표적이다. “You Only Live Once!” 즉 ‘인생은 단 한번뿐’이라는 이 긍정화 트렌드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걸 주창했다. 인생은 단 한번 뿐이니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며 배우자는 이 새로운 삶의 철학은 과거 공동체주의와 가족주의가 갖고 있던 미래지향적이고 성공지향적인 가치관을 뒤집어 현재지향적이고 행복지향적인 가치관을 내세웠다.

욜로 라이프가 제시하는 새로운 가치는 이 살벌해진 현실 위에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제시한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 막연한 거대한 성공에 대한 추구보다는 현재의 소소한 삶의 행복에 대한 추구를. 어차피 누구나 혼자이고 그 인생은 단 한번뿐이므로. 물론 따로 지내면서도 함께 추구할 공존의 삶은 모색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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