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공공요금 인상 자제 공염불 되지말아야

정부가 최근 생필품 등 물가 상승에 대응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키로 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시장의 자율 기능이 점차 중시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침체경기의 탈출 방편이 필요한 정부로서는 종전처럼 물가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도 적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경상성장률’을 은근히 강조하고 한국은행도 2% 단일 물가목표를 내세운다. 간접적인 물가 띄우기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서민의 밥상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자체는 전년보다 1.0% 오르는 데 머물렀지만 배추 69.6%, 무 48.4%, 양배추 33.5% 등 피부로 느껴지는 장바구니 물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줄줄이 공공요금을 인상했다. 상하수도 요금(3.6~67%)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등 대도시의 교통비( 8.3~16.7%)도 올랐고, 쓰레기 종량제 봉투값도 큰 폭(10~40%)으로 상승했다. 서울시의 공영주차장 요금 등은 줄줄이 인상대기중이다.

물가가 좀 올라도 소득이 그 이상 늘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실질 가계소득은 2015년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지난해 2,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40대 가구주 가계의 월 소득마저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감소(0.03%)했다. 그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서민들은 소득감소에 물가상승의 이중고를 겪는다는 얘기다.

물론 공공요금 역시 억누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시장에 기반하는만큼 수급과 원가의 등락에 따라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공공요금은 생필품처럼 소비 연기가 어려운 품목이다. 곧바로 서민들의 지갑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담겨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전기요금이 인하되면서 전기 수도 가스 물가는 11.5% 떨어졌다.

역대 정부는 언제나 공공요금과 관련 공공기관에 우선 부채 감축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원가를 철저하게 검증한 뒤 요금조정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가스요금 동결을 시작으로 공공요금은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면서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로 인상요인을 흡수토록 하겠다”도 했다. 제대로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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