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리해 보이는 文 전대표 재벌개혁 더 신중할 필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재벌 개혁’을 내놓았다. 재벌의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가 서민경제를 망쳤으니 정경유착을 끊고 그 적폐를 청산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게 바탕 인식이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일단 지배구조 개혁과 경제력 집중 축소, 공정한 시장경제 조성을 큰 원칙으로 했다. 그 방안으로 총수 일가의 전횡 견제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사면제한, 금산분리, 기관투자가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을 제시했다. 대기업에 주던 전기료 혜택 축소 등 미세한 부분까지 망라했을 정도다. 대상도 10대 그룹, 그 중에서도 삼성 현대차 SK LG 4대 기업그룹으로 좁혀 정밀 타격 의지를 분명히했다. 지지도 1위 대선 주자의 공약인 만큼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지적처럼 대기업 그룹이 고쳐야 할 게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특히 ‘갑질’ 논란의 주범인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 등은 시급하게 해소해야 할 과제다. 우리 경제를 반석에 올리는 데 대기업이 기여한 공도 크지만 그 이면의 문제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방법은 그 방향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이는 국민연금 등 국내 상장사 주식을 보유ㆍ운용하고 있는 기관투자가의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대기업 전횡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게 치명적 약점이다.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재벌 갑질을 엄벌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공권력을 총동원해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금산분리 강화는 미래 금융의 총아인 인터넷은행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일 뿐이다. 사내유보금은 결코 남아도는 돈이 아닌데 개념부터 잘못 이해하는 부분도 없지않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국제무대의 경쟁은 전쟁이 따로 없을 정도다. 이를 헤쳐 나갈 첨병은 재벌을 포함한 우리 기업들이다. 부당한 기업 관행은 당연히 개선해야 하지만 무턱대고 때려잡고 보겠다는 식의 접근은 옳지 않다. 국가경제와 기업, 국민 누구에게도 도움이 못된다. 더욱이 기업의 위축은 투자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 정치인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이 포퓰리즘적인 측면은 없는지 냉철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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