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폴크스바겐 리콜 승인했지만 후속조치 여전히 미흡

환경부가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한 리콜 계획을 12일 승인했다. 우리 정부가 리콜 명령을 내렸는데도 부실 계획서로 시간을 끌더니 1년이 넘어서야 겨우 요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그러나 대상 차량 전부가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다. 리콜 대상 차량은 15개 차종 12만6000대 가량이지만 이번에 해당되는 것은 티구안 2개 차종 2만7000대 뿐이다. 나머지는 배기량과 엔진출력 등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누어 계획서를 받아 본 뒤 결정하게 된다.

폴크스바겐의 리콜 계획이 승인을 받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받은 분노와 상처를 삭이기에는 크게 부족해 보인다. 리콜은 말 그대로 공급된 제품의 잘 못된 부분에 대한 시정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뒤따라야 할 금전적 배상 등 추가적인 징벌적 조치에 대해선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다.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멋대로 조작하고 가짜 시험성적서를 붙인 차를 팔아놓고도 끝까지 배짱인 셈이다. 미국 소비자에게는 리콜은 물론 102억달러(약 12조원)의 천문학적 배상금을 내주고 그것도 모자라 배출가스 저감장치 연구 기금 20억달러까지 부담했다.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태도다. 한국의 차량 소유자에게는 겨우 100만원 상당의 리콜 쿠폰을 지급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폴크스바겐의 고압적인 자세가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데는 제도 미비와 함께 우리 당국의 느슨한 제재 탓이 크다. 마침 검찰은 배출가스를 조작하고 서류를 변조한 혐의로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전현직 임원 7명을 11일 일괄 기소했다. 회사 차원의 범죄 사실이 입증됐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그동안 리콜계획서 보완을 수 차례 요구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제재 방안을 강구하지 못했다. 차량 교체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리콜이 우선’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적 비난 여론에 못이겨 과징금 요율 상향 조정, 상한액 5배 인상 등 불법행위 자동차회사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했으나 그나마 올 연말부터 적용된다. 폴크스바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상품 소비에 국경이 따로 없는 시대에 한국은 글로벌 소비시장에서 ‘봉’ 취급 당하기 일쑤다.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도 15년이나 지나서야 사과한 옥시 등 그 사례는 열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외국기업의 불법 부당 행위를 엄하게 다스리지 못하면 앞으로도 봉 취급을 면하기 어렵다. 폴크스바겐에 대한 처리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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