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의 훌륭한 악역 최진호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한석규(부용주와 김사부 역)의 캐스팅은 완벽하다.

외압과 열악한 환경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굳건히 버텨나가는 그의 모습은 어떤 게 좋은 의사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후배의사들에게는 롤모델이 될 수 있겠다. 그것을 표현하는 한석규의 카리스마는 한마디로 쩐다고 할 수 있다.

[사진=‘삼화네트웍스’]

하지만 한석규가 온 힘을 다해 기성 권력과 권위에 싸워나가려면 그 대상이 필요하다. 주인공(Protagonist)인 그가 멋있게 보이려면 악행을 마다하지 않는 기존 권위와 관행도 단단하게 버텨주어야 한다.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최진호(48 도윤완 원장 역)라는 상대배우의 카리스마도 만만치 않다.

최진호의 포스는 한석규에 밀리지 않는다. 나이는 한석규보다 4살 아래지만, 21년간 조, 단역 40여 작품 경험에서 나오는 연기 디테일이 사실감을 준다.

최진호는 훌륭한 적대자(Opponent)로 자신의 위치와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면서도 주인공(Protagonist)인 한석규를 부각시켜주는 좋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가 됐다.

그는 평범한 의사로 출발했지만 출세를 위한 권모술수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 거대병원의 원장이 돼어 조그만 지방분원인 돌담병원 김사부를 사사건건 괴롭힌다.

한석규가 뭘 하려고 하면 최진호는 그것을 못하게 한다. 이 싸움은 거대파 대 돌담파의 대결로 극의 흥미와 긴장을 자아내는 구실을 하고 있다. 

[사진=‘삼화네트웍스’]

최진호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상속자들‘에서 카리스마 짱이었던 영도(김우빈) 아버지 연기, 중국어가 유창해 홍콩 배우인줄 알았던 ‘유령’에서의 악역 두목 연기, ‘도둑들‘에서의 애꾸눈 연기 등 이 사람이 나오면 뭔가 있을 것 같아진다. ‘오 마이 비너스‘에서 소지섭 비서로도 나왔다. 의외로 집사도 잘 어울린다. 그에게서는 리얼한 연기 내공이 느껴진다.

한석규도 목소리가 좋지만 최진호도 목소리가 아나운서급이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앵커 연기가 어울릴 정도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목소리가 좋기만 한 게 아니라 단호하고 매섭고, 딱딱 끊어질 때는 무서워진다.

연기 생활 21년차인 그는 TV 프로그램에서 “통장 잔고의 압박과 가족들의 반대가 힘든 점이었다”고 말했지만, 앞으로도 최진호의 연기를 더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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