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힘’ vs 메르켈 ‘섬김’…세계의 리더십 대충돌

다보스포럼 17일 개막

세계지도자 포용-힘 사이 고민
메르켈 “유럽운명 우리 손에…”
트럼프 난민포용 비판에 반격
英 메이총리는 이중행보

힘의 트럼프냐? 섬김의 메르켈이냐?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자유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섬김과 화합ㆍ포용의 리더십을 좇아온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간 리더십 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 

때마침 17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 제 47차 연차총회에서도 세계 각국의 정치ㆍ경제계 인사들은 ‘트럼프 시대’의 리더십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세계는 트럼프 취임과 더불어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협상 본격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선거 등이 맞물려 있어 리더십 검증의 격랑 속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관련기사 8면

16일 영국 유력 일간 가디언은 1면 머릿기사로 메르켈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의 얼굴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고 양측간 공방을 다뤘다. 신문은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짧지만 저항적인 답변으로 응수했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유럽인들은 우리 자신의 손에 운명이 놓여 있다”면서 “유럽연합(EU)는 그 경제력과 효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테러리즘과 디지털화, 그밖의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은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의 난민포용정책은 “재앙과 같은 엄청난 실수”라고 비판한 바 있다.

오는 20일 공식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내외적으로 철권 외교를 천명해왔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미국의 대외 무역ㆍ통상 정책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을 필두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다른 3강 지도자들도 신년사를 통해 ‘위대한 나라’ ‘경제대국’ 등 대중을 자극하는 비전을 제시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약속한 바 있다.

이같은 ‘스트롱맨’들과 대척점에 선 이가 바로 자유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메르켈 총리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해말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이 서구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최전선에 서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메르켈 총리는 소통과 화합의 정치로 불리는 ‘무티(엄마) 리더십’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정계에선 메르켈 총리가 ‘뭐든 먹어치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원전 및 징병제 폐지는 사민당과의 연정을 서슴지 않는 메르켈 총리의 합리적 실용주의의 대표 사례다. 그는 수시로 국민과의 대화를 갖는데, 시리아난민 포용정책은 그 결과물이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포용적인 난민 정책을 펴고 있으며 지난 2015년 100만명에 가까운 이주민을 받아들였다.

최근 독일에서 발생한 크리스마스 시장 트럭 테러 이후 난민포용정책을 추진한 메르켈 총리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메르켈 총리와 독일 정부의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달말 여론조사기관 포르사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립 정부에 대한 주간 지지율은 2% 포인트 상승해 지난해 연간으로 가장 높은 38%를 찍었다.

이런 와중에 어정쩡한 제3지대에 선 지도자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이가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다.

그는 최근 자국내에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유사회’를 정책 기조로 내걸었지만 대외적으로는 ‘하드 브렉시트’를 시사하는 이중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는 자국 일자리를 지키기위해 국경 통제를 우선시하겠다는 것으로, 반(反) 이민 정책 기조를 재천명한 셈이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