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스며들어 배어나오는…‘참, 바다’같은 배우 유해진

-새 영화 ‘공조’서 생계형 남한형사 역할
자연스러운 유머 ‘툭툭’ 꿀잼 선사
현빈 액션과 조화 ‘찰떡 브로맨스’
예능서도 편안·신뢰감 돋보여

배우 유해진(47)이 18일 개봉하는 영화 ‘공조’에서 생계형 남한형사 강진태를 맡았다.

그는 특수부대 북한형사 림철령으로 분한 현빈과 한 조가 돼 위조지폐 동판을 가진 북한의 차기성(김주혁)을 잡는 작전을 펼친다. 관전 포인트를 압축하면 현빈의 액션과 유해진의 자연스러운 유머다.

“현빈의 액션과 김주혁의 변화된 연기, 윤아의 생각치 못한 백수의 모습이 있는데, 그중에 최고는 현빈의 액션이다.”


유해진이 강진태를 연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현빈과의 밸런스다.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는 현빈과 대조적이어야 했다. 그가 공조를 선택한 것은 남북문제는 아니었다.

“남한 북한의 심각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영화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북 에피소드는 있지만, 남과 북의 만남보다는 얘(철령)와 나와의 만남이다. 부두가에서 너와 나의 얘기가 된다. 철령이는 총상을 맞고, 나는 칼침을 맞고, 같이 아프구나, 이런 느낌이다.”

유해진은 현빈이 액션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들려주었다. “너무나 과감하고 대담하게 액션을 했다. 스턴트가 해주는 부분도 있지만, 현빈은 와이어 없이 떨어지고, 라면박스를 깐 곳에 넘어지고, 욕심이 많았다. 내기 현빈에게 길게 보고 조심하라고 했다. 척추병원에 가장 많이 오는 환자가 운동선수 다음이 배우다. 하나하나 누적된 것이다.”

유해진은 액션 장면이 공을 들인 만큼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가 전체적으로 깔끔해진 부분이 있다. 그는 “현빈이 옥상에서 밧줄을 매어놓고 쑥 뛰어내리는 장면은 너무 멋있었다. 영화 전체가 이 이미지로 각인됐다”면서 “바다에 뛰어내리는 듯한 시원함과 아름다운이 담겼다”고 전했다.

유해진과 현빈은 함께 붙어 지내는 장면이 많은 만큼 브로맨스 호흡은 필수적이다. 함께 연기한 적이 없어 초반에는 약간 서먹한 상태였다. 그런데 현빈이 먼저 “형 술 한잔 사주세요”라고 제의해 유해진의 구기동 집에서 1박2일로 술을 먹고 친해졌다고 한다. 유해진은 현빈을 “올바르고 건강한 친구”라고 했다.

극중 유해진이 사는 작은 아파트를 보면 흐뭇해진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이다. 아내로 나오는 장영남은 극단 목화에서 함께 연기한 사이이고, 처제 윤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좋았다고 했다. “이 집 소파에서 두 여자의 수다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는 것이다.

유해진의 연기관은 스며드는 연기다. “강요하지 않으면서 슬쩍 들어가는 연기다. 대놓고 코미디 하는 걸 싫어한다. 억지로 떠먹여주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그래서 웃음도 스며나오는 웃음을 좋아한다.”

흐뭇한 미소가 만들어지게 하는 연기다. 목에서 나오지 않고 가슴 밑에서 올라오는 웃음을 추구한다. 임윤아가 잠 자고 있는 유해진을 현빈으로 잘못알고 유해진이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유해진은 예능도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져, 사람들은 유해진을 편안하고 신뢰감 있는 사람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국민호감’ 유해진에게 왜 이렇게 호감도가 높은거죠 라고 물어봤다. “가까운 사람과 술먹으면서 얘기했다. ‘럭키’때도 그랬지만 여러분들이 밀어주는 분위기다. 제가 참 복이 많은 것 같다. 고맙고 감사하다. 겸손의 표현이 아니다.” 일단 이렇게 말하고 조금 더 부연했다.

“삼시세끼 어촌편의 영향도 있을 거고, 제가 연극하고, 그랬던 시절이 없었으면 그런 모습이 없었을 수도 있다. 거기에 정감을 느끼신 건지, 참 좋게 봐주신다. 영화까지 넘어왔다.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감사하다. 연기 잘하는 사람들이 엄청 나게 많은데…”

유해진은 tvN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아빠 역을 맡았다. 엄마역은 차승원이다. 차승원이 화려한 요리술을 뽐내는 동안,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 ‘참바다’유해진은 계속 허탕이었다.

하지만 차승원의 요리술이 어느 정도 소비되자 유해진이 맥가이버 실력을 발휘하며 웬만한 것은 뚝딱하고 만들어내 화제가 됐다. 유해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리얼리티물에 잘 맞았다.

“나영석 피디에게 간섭 안 받는다. 나와 차승원은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 사이다 드실래요 하면 콜라라고 한다. 나피디도 이 팀은 그냥 놔두는게 좋다고 했다. 나는 삼시세끼가 굳이 예능이라고 생각 안한다. 실제로도 100% 예능이 아니다. 세미다큐 같은 느낌이다. 만약 그것과 달랐다면 다른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오락이면 재미있어야 하는데, ‘삼시세끼’는 세미다큐라는 차별성으로 갔다.”

유해진은 뭔가를 잘 만든다고 하자 “극단 목화에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서는 모든 걸 우리가 만들었다. 목조 건축 공법인 ‘투 바이 포’(2인치×4인치)도 극단에서 배웠고, 삼시세끼에서도 썼다. 오리 10마리를 한꺼번에 싹 올라오게 한 것은 정말 기특했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자연을 좋아하는 배우다. 혼자 스위스 산악을 자주여행한다. 자연을 뛰어다니고 웃통 벗어 호수물에 풍덩 빠지는 걸 좋아한다. 유해진은 ‘참바다’ 같은 배우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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