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확성기’ 트위터 “울고 싶어라”

지난해 4분기 손실규모 커져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인 트위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인 언론관 덕(?)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 입성 뒤에도 브리핑룸보다 트위터를 더 자주 드나들며 각종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인지도 면에서 트럼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가운데, 실제 트위터사(社)는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위터는 트럼프가 연일 쏟아내는 ‘핵폭탄급’ 발언 덕분에 미국 정치의 진앙으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혼란을 불러일으킨 ‘반(反) 이민’ 행정명령의 법적 공방 관련 각종 불만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이날 미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트위터에 “법정에서 보자”고 썼다. 8일 맏딸인 이방카 트럼프의 브랜드를 퇴출한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을 강하게 비난한 것도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트럼프는 앞서 트럼프 정부 내각 구성은 물론 북한이나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언급 등 민감한 사안들도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국내 기업 삼성을 비롯해 포드, GM, 인텔 등 기업들의 투자 계획 관련 반응도 트위터에 남겼다.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분야를 막론하고 미 대통령 트럼프 발언의 온상이 트위터인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트위터 사랑에도 예상외로 트위터의 실적은 저조했다.

트위터는 9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7억1720만 달러(약 826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 매출은 시장 기대치인 7억4000만 달러(8529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순손실은 1억6710만 달러(1926억원ㆍ주당 23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손실 규모가 커졌다.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 발표와 우울한 실적 전망치 등으로 트위터 주가는 이날 12% 급락해 마감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트윗이 네티즌의 트위터 대규모 가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트위터가 미국 대통령과 수많은 유명인, 사업가들의 메가폰 역할을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스냅챗만큼 사람들을 끌어모으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SJ도 “트위터가 현재 그 어느 기업보다 미국 정치 관련 대화의 중심에 서 있지만 아직 기회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효과로 트위터가 부각되고 있지만, 반대로 트럼프 때문에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가 쏟아내는 거친 발언 등은 트위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에선 장기적 관점에서 낙관론도 제기된다. WSJ은 시장 전문가들 의견을 인용해 “적어도 단기적으론 트럼프가 큰 긍정 요인은 아니지만, 올해 하반기가 되면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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