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사이] “팩트아닌 원하는 뉴스만”…몸집 커지는 ‘가짜뉴스’

-“좌익 편향적 기존 언론 불신”
-“이게 진짜” 보수집회서 배포
-일반 시민 상대 기자 교육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경찰이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가짜뉴스에 대해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몇몇 매체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민기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기자는 최근 이들 매체가 운영하는 시민기자교실에 참가해봤다. 이 수업에는 10여명의 중년들이 직원의 지도하에 기사를 쓰고 송고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기사작성법, 기사 송고 시스템 사용법, 보도자료사진 10가지 팁 등 3가지의 수업 자료도 제공됐다. 4주동안 9시간의 시민 기자 수업을 이수하면 기자증도 지급될 것이라고 직원은 덧붙였다. 

[사진설명=가짜뉴스라고 불리는 매체들이 시민들의 도움으로 ‘가짜뉴스’를 양산하는데 힘쓰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탄핵반대집회에서 가짜뉴스라고 일컬어지는 인쇄물을 배포하고 있는 모습.]

SNS를 통해 시민 기자 교실을 알게 됐다는 A(50대ㆍ여)씨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탄핵 기각에) 도움을 주고 싶어 찾아왔다”며 수업 내내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이들은 탄핵반대집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시민들이었다.

최근 만들어진 이 매체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2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고 객원기자 2명과 소수의 직원들이 매일 수 건의 기사를 작성한다. 이 매체는 JTBC가 태블릿을 조작해 대통령 탄핵을 기획적으로 주도했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출고하고 있다. 관련 내용이 담긴 인쇄물은 12월 말부터 매주 토요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지난 18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 주최로 열린 탄핵반대집회에도 이 매체의 인쇄물은 최소 3만부가 뿌려졌다. 다른 매체까지 포함하면 최소 10만부 이상의 인쇄물이 배포된 것으로 추산된다.

탄핵반대집회에 참가한 대학교수 출신 민병서(65) 씨는 “집회에서 배포된 신문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뉴스 기사를 인용한 ‘진짜뉴스’”이라며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매체들이 다루는 기사에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신문에도 나왔듯이 성추행으로 징역형까지 받은 박영수 특검이 주도하는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박영수 특검이 과거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는 기사가 최근 돌았으나 이는 가짜뉴스로 밝혀진 바 있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조중동을 포함한 ‘좌익언론’은 편향적이다 못해 가짜뉴스만 보도하는 것 같고 정규재티비, MBC 그리고 여기서 배포되는 신문만 진실을 보도하는 것 같다”며 대부분의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촛불집회에서도 기사 형태의 ’가짜뉴스’ 인쇄물이 배포된 적이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 초기 “박근혜 하야 발표”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저항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는 기사 형태의 인쇄물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는 이미 사실이 아님을 전제로 집회 참가자들의 염원을 담은 풍자글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어서 논란이 일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짜뉴스’ 문제가 일시적인 현상이 그치지 않고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아란 언론진흥재단 박사는 “인터넷 시대에서는 기사 필터링 기술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는 ‘의견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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