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국면 치닫는 北ㆍ말레이…北 발뺌에 거부감 확산

-말레이, 北대사 초치ㆍ자국대사 소환
-무비자협정 재검토 목소리
-국교단절 강경책도 거론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44년 간 우호관계를 이어온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최악의 외교전(戰)으로 비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의 잔혹성을 비난하며 북한과의 무비자협정 재검토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국교단절이라는 강경조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제정치 전문가인 무하마드 푸아드 오스만 북부말레이시아대학(UUM) 교수는 2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무비자 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스만 교수는 “우리는 인신매매와 마약밀매에 연루된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데 더해 암살에 적합한 장소란 평가까지 받게 될 상황”이라며 “시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간 수백만명의 방문객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스티븐 웡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소(ISIS) 부소장과 연구소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샤흐리만 록먼도 김정남 피살사건에 북한 정권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북한과의 관계 재설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일본 TBS방송이 공개한 김정남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는 CCTV 영상. 김정남은 3층 출국장 로비에서 자동체크인 기기로 향하다(1번사진). 용의자 여성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2~3번 사진). 김정남이 이후 공항 관계자에게 고통을 호소하고(4번 사진), 공항관계자와 함께 걸어서 메디컬 클리닉으로 이동했지만(5번 사진), 메디컬 클리닉에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쓰러져 의료진에 의해 실려나갔다(6번 사진). [사진제공=연합뉴스]

전날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데 이어 평양 주재 자국 대사도 본국으로 송환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날 오전에는 강 대사를 수도 쿠알라룸푸르 외교부로 초치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가 강 대사를 초치한 것은 강 대사가 지난 17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시아 정부의 김정남 시신 인도 거부를 강하게 비난한 데 대한 항의 차원이다. 강 대사는 17일 당시 “말레이시아 측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라면서 “우리를 해하려는 적대세력과 결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부검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주 말레이시아 당국의 김정남 시신 부검 강행 등에 반발해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철 북한대사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당부를 받아들이지 않고 20일 또다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 대사는 북한 대사관 정문 앞에서 기자들에게 “말레이시아가 우리 허락 없이 김정남의 시신 부검을 강행한 것은 인권과 법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말레이시아가 우리를 해하려는 세력과 결탁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 대사의 회견 직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피살사건과 관련해 자국 경찰의 수사결과를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북한에 죄를 덧씌울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강 대사의 비판이 근거 없다고 본다”면서 “말레이시아는 정부의 명예를 해하려는 근거 없는 시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청장도 직접 강 대사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북한 측에 말레이시아 법규 준수를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입장에서는 아직 추가 조사가 남았지만, 북한이 자국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테러에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지난 1983년 북한이 미얀마(버마)에서 일으켰던 아웅산 테러 사건 때 미얀마가 북한과 국교를 단절했듯이 말레이시아 역시 국교단절 등 강경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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