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당선자] 다양한 대법관이 필요하다

역대 대법관 중 ‘남성, 서울대, 판사’출신이 85%를 넘는다. 1948년부터 2015년까지 재임한 대법관 142명 중 판사 출신 124명(87.3%), 서울대 102명(71.8%), 남성 138명(97.2%)으로 편중이 심하다. 여성은 김영란, 전수안, 박보영, 김소영 대법관 4명 뿐이다. 대법관 자리가 여전히 고위법관의 최종 승진처로 운영되고 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두었지만, 여전히 최종 후보는 ‘판사, 서울대, 남성’으로 발탁된다. 이같은 획일적인 구성은 대법관의 요건으로 ‘20년 이상 판사, 검사, 변호사 및 변호사 자격을 가진 공공기관 경력자와 교수 경력자’를 규정한 법원조직법과도 맞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최고법원 법관직을 고위법관 승진용으로 활용하거나 고위법관으로만 구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의 인종차별을 금지한 브라운 사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뉴욕타임즈 사건부터 2015년 동성결혼금지법 위헌까지 미국의 역사를 바꾼 연방대법원 판결은 다양한 대법관의 경험이 반영된 결과이다. 현재 미국연방대법관 8인은 종파별로 카톨릭 5명, 유대교 3명, 성별로 남성 5명, 여성 3명이다. 인종별로는 흑인 1명, 히스패닉계 1명, 백인 6명이다.

일본은 최고재판소 재판관 14인 중 10명은 법관, 변호사, 검사, 교수 등 법률가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할 뿐이어서, 4명은 법률가 자격이 없더라도 학식이 높기만 하면 임명(‘학식경험자’)할 수 있다. 최고재판소는 법관 5~6명, 변호사 4~5명, 학식경험자 4~5명으로 구성된다. 학식경험자는 검사 2명, 교수 1인, 외교관ㆍ행정관 1인 정도다.

변호사는 동경변호사회 3명과 오사카변회 1명이 임명되며, 법관은 민사 전문 3명, 형사 전문 2명이 임명된다. 여성 재판관은 현재까지 3명 모두 행정관 출신이다. 1994년 최초 임명된 여성 재판관은 노동성 여성국장, 두 번째는 사회보험청 장관, 현직 여성 재판관은 노동성 여성국장 출신이다.

전수안 대법관은 서울법대 출신 50대 남성이 주류인 구성으로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반영되기 어려우며 “사용자 측 전문가에게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라고 백 번 주장하는 것보다 노동법 전문가 1인을 대법원에 보내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법관, 순수 재야 변호사, 교수, 외교관과 공무원을 두루 대법관에 임명해 대법원의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을 높이고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포용해야 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도 위원 3명은 법관이고 대법원장이 별도로 3명을 위촉할 수 있어 위원 10명 중 6명이 대법원장의 영향을 받는다. 위원회 구성시 대법원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관순혈주의로는 전관예우와 사법부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사회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자격개방을 통해 인권의 보루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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