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英에 또 경고 “무거운 이혼합의금 각오하라”

융커 “할인 또는 제로 비용 없다”
EU, 재정지원금 600억유로 요구

유럽연합(EU)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무거운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가오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BBC에 따르면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벨기에 EU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영국은 브렉시트를 위해 무거운 계산서를 받을 것”이라며 “이미 알고 있겠지만, 영국민들은 브렉시트가 할인된 비용이나 제로(0) 비용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그들이 결정에 참여했던 약속들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그 비용은 대략 계산해도 매우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브렉시트의 조건을 합의할 2년 간의 브렉시트 협상은 ‘힘든(tough) 협상’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영국과 EU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이 언급한 ‘비용’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으면서 약속했던 재정지원금, 이른바 ‘이혼합의금’을 가리킨다.

EU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더라도 회원국으로서 약속했던 재정지원금을 다 내놔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영국 측은 탈퇴하는 마당에 무슨 재정지원금을 내느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집행위 브렉시트 협상대표와 다른 27개 회원국 고위 관리들은 영국이 탈퇴 협정에 서명한 후에도 4년간, 오는 2023년까지 영국이 결정에 참여했던 EU 프로젝트들에 돈을 내도록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영국이 약속했던 비용 분담을 포함해 총 600억유로(약 73조3000억원)의 이혼합의금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니에 협상대표는 이혼합의금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영국과 EU 간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전략 아래 영국을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에 남아있는 한 비용 분담 책임을 다하겠지만 EU를 떠난 후에는 EU에 지급할 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브렉시트 관련 연설에서 “EU가 브렉시트를 이유로 영국을 벌한다면, 그것은 재앙을 초래하는 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시작될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과 EU 양측이 팽팽한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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