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일가 재판 출석] 롯데家의 삼부자 500일만에 법정서 조우

-롯데가 횡령혐의 첫 재판, 법원 앞
-총 20개 질문에 총수일가는 ‘침묵’
-부자가 한 재판 출두는 재계 처음
-더욱 깊어만 가는 롯데그룹 암운

[헤럴드경제=구민정ㆍ김성우 기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굳은 표정이었다. 이날 법원 입구에서 기자들이 던진 질문은 총 20여개, 여기에 대답을 한 사람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마저도 ‘공짜 급여 받은 것 맞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한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의례적인 답변을 내놨다.

롯데그룹 일가는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312호에서 진행된 롯데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횡령관련 재판에 전원 참석했다.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가 이날 오후1시33분께 검은색 정장에 뿔테 안경을 쓰고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렸다. 이어 신 회장이 수행원들을 이끌고 굳은 표정으로 오후 1시47분께 나타났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자신의 검은색 세단을 타고 오후 1시50분께, 신 총괄회장은 오후 2시15분께 휠체어를 타고 현장에 등장했다. 현재 구속돼 있는 상태인 신 회장의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다른 길을 통해 자리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관련 1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사진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이 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email protected]]

이들은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 ‘공짜급여’, ‘롯데 총수일가에 대한 비리 혐의’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서 씨는 지금까지 일본에 머무르며 검찰과 법원의 출석요구에 여러차례 불응했다. 그런데 재판부가 이날 첫 공판에 불출석할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발표하자 임시 여권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서 씨는 지난 2006년 신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1.6%를 딸 신유미(34) 씨와 함께 차명으로 넘겨받으면서 증여세와 양도세 등 298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씨는 또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롯데시네마 매점을 불법 임대받아 770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외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도 공짜급여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들은 일본ㆍ한국 롯데그룹의 계열사들에 등기이사와 고문으로 등재된 상태에서 특별한 업무를 보지 않고도 수백억원대의 급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전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며 재계 사상 처음으로 삼부자가 한 재판에 서기도 했다. CJ와 SK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횡령 혐의 등으로 법정에 출두한 적은 있지만, 오너 부자가 이처럼 한 법정에 선 것은 롯데그룹이 처음이다. 신 회장 3부자가 만난 것도 500여일 만이다. 이들 셋이 함께 모인 것은 지난 2015년 11월3일(음력 10월4일) 신 총괄회장의 생일날이 마지막이다.

이에 롯데그룹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는 입장”이라면서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롯데그룹은 크나큰 시련을 겪고 있다. 그룹의 중국 사업을 올스톱시킨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 외에도 다양한 이슈에 휘말려 있다. 이날 열린 횡령 관련 재판과 면세점 입찰 비리의혹에 연루돼 있다.

검찰은 지난 15일 면세점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데 이어 19일에는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소환조사했다. 아울러 롯데그룹의 뇌물공여 혐의를 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소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과 관련한 경영권 분쟁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최근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증여세 2126억원을 대납했다는 구실로 롯데제과 지분 6.8%와 롯데칠성 지분 1.3%를 압류하겠다는 의사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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