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허함 남긴 틸러슨 한·중·일 방문

복잡하게 얽힌 동북아정세의 중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3국 순방이 짙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애초 틸러슨 장관의 동북아 3국 순방은 북한의 도발ㆍ위협과 한중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갈등 등으로 꼬인 동북아정세를 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선 뚜껑을 열어본 결과 내용이나 형식에서 실망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내용적인 측면에선 북핵문제나 사드문제와 관련해 이렇다할만한 진전이 없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주요 2개국(G2)의 한축인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났으나 북핵문제와 사드문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선 북핵문제와 관련한 양국 입장차만 부각됐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에 영향력 있는 중국과 협력하겠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반면, 왕 부장은 “본질은 북한과 미국간 문제”라며 미국 책임론으로 맞섰다.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 때 사드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왕 부장이 사드문제에 대해 중국 입장을 피력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전략에 동참한다는 의혹을 받고, 동시에 전방위적 압박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틸러슨 장관의 동북아 3국 순방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틸러슨 장관은 귀국길에 일본에 대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표현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언급해 논란을 낳았다.

또 중국, 일본에서 외교장관회담 뒤 만찬을 가진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만찬을 하지 않은데다 배경을 두고도 한국 외교부와 틸러슨 장관의 설명이 달랐다.

강대국끼리 펼치는 ‘거대한 체스판’의 변방에 놓인 한국 외교에서 ‘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영역’에서조차 불필요한 잡음을 남긴다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틸러슨 장관의 동북아 3국 순방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한층 더 큰 이유다. shin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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