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안종범 수첩 56권·정호성 파일 236개와 논리싸움

참모들 쏟아낸 물적증거 상대로
혐의 벗기 위한 반박·해명 초점
檢, 수사기록·증거 총동원 조사

피의자 신분으로 생애 첫 검찰 문턱을 밟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수통 부장검사들의 송곳 질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참모들이 검찰에서 쏟아낸 각종 물적 증거들과도 싸워야 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1일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위해 지난 6개월 간 축적한 수사기록과 각종 증거들을 총동원했다. 그 중에서도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정호성(4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휴대폰에서 확보된 녹음파일은 수사진의 주무기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특별수사본부 1기가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추진할 당시에도 수첩과 녹음파일을 주요 압박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그 위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거치면서 더 커졌다.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 39권까지 넘겨받은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공략할 여러 카드를 손에 쥔 채 ‘역사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총 56권에 달하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엔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이 세세하게 기록돼 있어 박 전 대통령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칼’로 꼽힌다. 특히 수첩에 나오는 삼성의 최순실(61ㆍ구속기소) 씨 모녀 특혜 지원부터 SK그룹과 롯데그룹의 면세점 관련 민원 내용 등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와 직결된다.

수첩엔 최 씨가 지배한 미르ㆍK스포츠 재단과 더블루K를 지원해주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도 담겨 있다. 모두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의 사익을 챙겨준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앞서 검찰은 정 전 비서관 자택에서 총 9대의 모바일 기기를 압수했고, 이 중 스마트폰 1대와 폴더폰에서 236개의 녹음파일이 확인됐다.

검찰이 관심을 가진 건 박 전 대통령 취임 후 녹음된 12개의 파일이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가 자신에게 내리는 지시나 박 전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빠짐없이 녹음했다. 이는 정 전 비서관이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렸던 ‘비선실세’ 최 씨와 문건을 주고받으며 지속적으로 교류했음을 밝히는 증거가 됐다.

이외에도 박근혜 정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렸던 김종(56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박 대통령이 ‘정유연(정유라 개명 전 이름)을 잘 키워주라’고 직접 얘기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최 씨 일가를 발 벗고 도운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바 있다.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8ㆍ구속기소) 씨도 최 씨를 등에 업고 이동수 씨를 KT 임원에 앉힌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와 맞닿아 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벗기 위해선 자신을 일제히 주범으로 지목한 참모들의 주장을 하나씩 깨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는 셈이다.

김현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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