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검찰 출두] 박 전 대통령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평소처럼 올림머리ㆍ남색정장 출두
-박 측 변호인 “수사 성실히 임할 것”

[헤럴드경제=박일한ㆍ김진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피의자로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탄핵 결정을 해 파면된 지 11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건 노태우ㆍ전두환ㆍ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16분께 삼성동 자택에서 출발해 9시24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도착했다.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다소 긴장한 듯보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올림머리를 하고,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갈 때 입었던 옷과 같은 남색 외투를 입고 있었다.

검찰청사 입구 노란색 삼각형 모양으로 표시 해 놓은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통령은 국내외 언론사 기자 100여명이 모인 앞에서 “국민 여러분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취재진들이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등 질문을 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빠르게 검찰청사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박 전 대통령을 뒤를 변론을 맡고 있는 손범규ㆍ서성건ㆍ채명성 변호사 등이 서둘러 따라갔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 입장을 밝히실 것”이라고 알려와 다른 뭔가 구체적인 입장을 들을 것으로 기대하던 취재진들은 잠시 웅성였다.

박 전 대통령은 즉시 중앙지검 사무국장의 안내로 10층 조사실 옆 1002호 휴게실에서 9시 25분부터 노승권 1차장(검사장)과 10분 가량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ㆍ정장현 변호사가 동석했다. 노 차장검사는 조사일정과 진행방식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이 사건의 진상규명이 잘 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잘 조사받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조사는 티타임 후 9시 35분경부터 10층 1001호실에서 바로 시작됐다.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배석검사 1명, 참여 수사관 1명과 함께 먼저 심문에 나섰다. 한 부장검사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을 수사한 인물이다. 이날 한 부장과 함께 이원석 특수1부장이 번갈아가며 조사할 계획이다. 이 부장검사는 최순실씨에 대한 삼성의 부당 지원 의혹을 수사했다. 특히 이달 초 재구성된 2기 특별수사본부에서 대기업 뇌물 의혹 전담 수사 부서를 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13가지 혐의 중 삼성으로부터 433억원 뇌물을 받은 혐의와 미르ㆍ케이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는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유영하 변호사와 정장현 변호사와 번갈아 지킬 예정이다. 검사들의 질문에 변호사가 대신 답변할 수는 없지만, 진행방식 등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쉬는 시간 틈틈히 답변에 대해 조언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날 논란이 된 영상 녹화는 하지 않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검찰 측은 전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과 대질 신문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정을 넘기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검찰이 심야조사를 하려면 박 전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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