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 40% 겨냥 佛 대선후보 설전…르펜 “메르켈의 부총리가 되지 않겠다”

-‘이민 폐지, EU 탈퇴’ 내세운 르펜 집중 공격 당해
-마크롱 “르펜이 프랑스 분열시켜”
-가디언 “르펜은 경제에 대해 심각하게 파격적”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다음달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대선주자들이 첫 TV토론에서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선두주자이자 극우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르펜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부총리가 되지 않겠다”며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실시 등을 내세웠다.

20일(현지시간) 열린 프랑스 첫 대선 TV토론에서 5명의 주요 후보들이 격돌했다. 오는 4월 23일 1차 투표를 한달여 앞두고 있지만,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40%에 달할정도로 판세는 안갯속이다.

프랑스 대선 첫 TV토론회에 참가한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 중도신당 후보, 강경좌파 후보 장뤼크 멜량숑, 마린 르펜 국민전선 후보, 브누아 아몽 사회당 후보 [사진제공=AFP]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등으로 르펜 당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후보자들은 르펜을 집중 공격했다.

특히 르펜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은 르펜이 프랑스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날 르펜은 프랑스 내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늘어 프랑스 안보가 ‘폭발 직전’이라며 “이민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이나 이민자를 가장해 프랑스에 들어와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르펜은 “브렉시트는 엄청난 성공”이라며 “영국은 어마어마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르펜은 유로존을 탈퇴하고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르펜은 마크롱이 ‘부르키니’를 옹호하고 있다는 점을 공격하기도 했다. ‘부르키니’는 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전신 수영복으로,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부르키니’ 착용 금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반면 마크롱은 “공포로 인해 프랑스가 분열됐다”고 비판하며 “범죄자에 대한 엄중 처벌(zero tolerance) 원칙과 함께 실용주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BBC방송은 “마크롱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르펜을 공격했다”며 “반면 르펜은 이에 미치지 못했고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들을 불편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도 “르펜은 시끄럽고 화가 나 있다는 인상을 줬고, 경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파격적(flakey)이었다”며 “마크롱은 열정적이고, 이상주의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는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중도신당의 마크롱과 극우성향의 르펜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양분해 온 프랑스 정치에 변화가 닥쳐온 것이다.

이번 TV토론 직전 실시된 칸타 소프레스 원포인트 여론조사 결과 르펜과 마크롱은 1차 투표시 지지율 26%로 동률을 기록했다. 마크롱과 르펜이 2차 투표에 진출하면 마크롱이 큰 표차로 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수의 유권자들이 아직 결심을 하지 않아 기권율이 그 어느때보다 높을 전망이다. 기권율이 높으면 확고한 지지자들을 둔 르펜에게 유리하다.

여론조사 결과 르펜 지지자 가운데 75%는 “앞으로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고 답했다. 마크롱 지지자 가운데 같은 대답은 51%에 그쳤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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