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징벌적 배상제…국회에 던져진 과제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1131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많은 국민들은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원료를 개발ㆍ공급한 기업과 그 원료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기업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또 인체 유해성분을 검증하는 연구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대학교수는 제조사 측이 보고서를 왜곡했다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씻어줄 진정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에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를 막기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추진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초 업무보고에서 제조사가 고의적으로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히는 경우 실제 손해액의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의 제조물책임법 개정을 올해안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적되고 있다. 적용대상을 ‘고의적’으로 손해를 입힌 경우로 제한한 것과 3배 배상으로 기업들이 제품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겠느냐는 주장이다.

이같은 상황에 국회에서 상한없는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징벌적 배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한도를 전보배상의 2배로 하는 대신, 고의나 중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무제한의 배상책임을 물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인지액은 심급별 2천만 원으로 상한을 제한했고, 동일한 불법행위에 여러 개의 배상청구가 이뤄지는 경우 병합심리를 통해 효율적이고 일관된 재판을 하도록 규정했다.

현행 손해배상제도는 현실적으로 발생한 구체적 손해만을 배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배상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징벌적 배상책임을 인정해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배상은 물론 불법행위를 효율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자는 취지다.

박 의원은 “현재 유력 대선후보들이 공약사항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반드시 도입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배상범위가 너무 좁다면 그 도입 의의를 살릴 수 없는 만큼 제한없는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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