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행정부, 규제개혁 박차… 韓 규제비용관리제 법제화 시급

- 美 규제비용총량제 도입 vs. 韓 규제비용관리제 훈령으로 운영해 지속여부 불투명
- 美 행정부처의 고위공무원이 포함된 규제개혁TF 구성해 규제개혁 강화

[헤럴드경제=강주남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현재 총리 훈령으로 운영 중인 규제비용관리제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트럼프 정부의 규제관리시스템 개혁과 한국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美 트럼프 행정부, 규제비용총량제 도입 추진… 韓 제도 입법화 시급= 한경연은 “미국은 지난 1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식 규제비용총량제인 ‘Two for One Rule’을 도입하는 법안(13771호)에 서명하는 등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우리도 규제개혁 성과를 높이려면 제도를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규제개혁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기존 규제의 75%를 완화ㆍ폐지한다고 언급했으며, 실제로 취임 후 6주 동안 90개의 규제를 폐지하거나 시행을 연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Two for One Rule은 행정기관이 하나의 규제를 신규 도입하기 위해서는 도입규제의 비용에 해당하는 규모로 비용을 부담시키는 기존의 규제 두 개를 폐지하여 상쇄시키도록 규정한 정책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무총리 훈령으로 2014년 7월부터 규제비용관리제를 시범·운영하고 있으나 법제화되지 못해 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종 한경연 산업연구실장은“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개혁특별법을 신속히 제정해 규제비용관리제의 법률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실장은“규제비용총량제를 앞서 도입·운영한 영국과 캐나다, 호주의 경우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신규규제 도입으로 인한 규제비용부담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규제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국가에서는 제도를 도입한 시점부터 세계경제포럼(WEF)가 발표한 정부규제 부담(Burden of regulation) 순위가 모두 상승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정부규제부담(Burden of regulation) 지수는 국가별 규제경감도를 반영하며 순위가 높을수록 규제부담이 낮은 국가를 의미한다.


▶규제비용관리제 적용 제외범위 넓어 실효성 낮아… 범위 축소해야= 한경연은 현재 시범·운영 중인 규제비용관리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적용제외 범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비용관리제의 적용제외 요건이 지나치게 넓어 대규모 규제비용의 순감축을 달성하더라도 적용제외 건의 증가분이 반영되지 않아 실질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규제비용관리제가 시범·시행된 2014년 7월부터 2015년 12월 기간 중 15개 부처의 신설 강화규제 304개 법령을 조사한 결과 적용 제외된 규제가 62%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고서는 호주의 경우 12%, 캐나다 25%, 영국 50%의 적용제외 규제비율을 적용하는 등 우리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종 실장은“우리의 경우 규제비용관리제 및 행정규제기본법에서 이중으로 규제의 적용제한 범위를 정해두고 있어 외국에 비해 예외로 인정되는 규제의 범위가 넓은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안전과 관련된 규제를 비용분석에서 제외시키는 사례가 많다”고 언급했다.

▶트럼프式 규제개혁관(RRO) 제도 도입해 규제비용관리제 운영 효율성 높여야= 한편 한경연은 “최근 미국은 규제개혁관(RRO) 제도를 도입하는 등 조직 개편을 통해 규제개혁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도 규제비용관리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행정부처별로 고위급 공무원을 규제개혁관(Regulatory Reform Officer, RRO)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 13777호를 발표했다. 규제개혁관(RRO)은 부처 내 자체규제 심의관인 규제정책관(RPO)과 중심정책국 대표 고위공직자 3명으로 구성된 규제개혁TF의 단장으로 부처 내 규제개혁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김현종 실장은 “미국의 경우 행정기관의 고위직급자인 규제개혁관(RRO)이 부처 내 규제개혁업무를 총괄하게 되면서 실무자인 규제정책관(RPO)이 담당하던 규제개혁업무의 위상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규제개혁TF 구성원에 부처 내 수석재무담당관이 포함되면서 부처의 예산ㆍ지출과 연계해 개혁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 외에도 호주는 부처별로 고위공무원이 이끄는 규제완화조직(Deregulation Unit)을 두고 있으며, 영국은 부처 내에 규제개선팀(Better Regluration Unit)과 정책팀을 설치해 규제개혁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부처 내에 별도의 규제개혁 전담조직이 없으며, 부처 내 법무·송무 담당 공무원(과장급)이 규제개혁업무와 규제법령 수정에 따른 자체규제심사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대관업무 등을 함께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현종 실장은 “지금처럼 과장급 송무담당자가 업무를 겸임하는 수준에서는 부처 내 협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기본 개혁업무를 추진하는 것조차 용이하지 않다”며, “우리도 행정기관별로 고위공직자를 규제개혁관으로 지정해 조직 운영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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