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反부패 시위 나발니에 15일 구류형

-法 “체포 당시 저항” 이유 설명
-나발니 “법률 위반 없다” 주장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러시아에서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0)가 구류형을 받았다.

모스크바 트베르스코이 구역 법원은 27일(현지시간) 나발니에 대한 재판에서 체포 당시 합법적 경찰 지시에 불응하고 저항했다는 이유로 구류 15일을 선고했다고 BBC,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사진=타스연합]

또 허가받지 않은 시위를 조직한 혐의에 대해 2만루블(약 39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나발니는 전날 모스크바 시내 공직자 부패 척결 촉구 시위 현장에 가다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에서 하루를 보낸 뒤 이날 법정에 나왔다.

그는 법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어제 (시위) 사건은 러시아의 상당히 많은 유권자가 부패와 싸우는 후보의 프로그램을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줬으며 내가 그들의 대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내년 대선 출마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언젠가는 우리가 저들을 재판정에 세우는 날이 올 것”이라며 “그날이 평등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1~12년 부정선거 규탄 대규모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열린 전날 시위는 나발니가 최근 발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를 계기로 일어났다.

러시아 전역의 주요 도시들에서 야권 지지자들은 행진을 벌이며 부패 청산을 요구했다. 경찰은 강제해산을 시도하며 약 500명의 참가자를 체포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그는 2011년 총선 이후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을 규탄하는 야권 시위를 이끌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는 내년 3월 열리는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 2013년 모스크바시장 선거에서 푸틴이 지지한 세르게이 쇼바닌 후보에 맞서 출사표를 던졌지만 자신이 고문을 지낸 키로프주(州) 정부 산하 기업의 자산 1600만루블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자 법원은 그를 수감한 지 하루 만에 임시로 석방했다.

가까스로 시장 선거에 나선 나발니는 결국 쇼바닌 후보에 패배했지만, 정권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류 언론의 철저한 외면과 후원금 부족 속에서도 지지율 27%를 얻으며 선전했다.

나발니는 내년 대선에도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난달 횡령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출마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선거법은 중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발니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크렘린궁이 내년 대선 후보로 나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할 때까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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