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걸그룹 여자친구,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걸그룹 여자친구가 발표한 음반명 ‘The Awakening’(각성)은 의미 있는 작명이다. 새롭게 깨어난다는 의미다. 그것은 기존의 여자친구의 음악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여자친구의 기존 음악은 학교 3부작과 첫 정규앨범 ‘너 그리고 나’다. 하지만 이번 음반 타이틀곡인 ‘핑거팁’은 펑키한 디스코 장르에 여자친구 스타일의 락 사운드를 가미한 댄스곡으로 기존의 곡들과 사운드는 유사점이 있지만 멜로디 구조 등에서 많이 다르다.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어른이 된다면”이라고 하던 여자친구가 총를 겨누어 “탕탕탕 FINGERTIP”이라고 하다니. 추상적으로 뜬 구름 잡는 가사가 구체화되는 지점이다.

이는 마치 ‘해를 품은 달‘ 같은 로맨틱 퓨전사극이 현실정치을 보여주는 정통사극 같은 모습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신호일 수 있다. 여자친구의 성장과정에서는 중요한 터닝포인트로도 작용할 수있다는 말이다.

여자친구로서는 다소 낯선 음악을 선보이다 보니 음원성적이 이전에 비해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 제작진도 위험을 감수하고 ‘핑거팁’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성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또 그런 노래야” 소리를 듣는 것보다 새로운 실험과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소리를 듣는 게 훨씬 낫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자친구의 이번 시도는 더욱 고무적이다.

타이틀곡 외에도 ‘바람의 노래(Hear the wind song)‘와 ‘비행운 : 飛行雲(Contrail)’ ‘나의 지구를 지켜줘(Please save my earth)’ ‘핑핑(Crush)‘ 등 이번 음반 수록곡들을 들어보면 훨씬 다양한 시도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인기를 생각하면 요즘 다시 뜨기 시작하는 애절한 발라드 곡에, 교복 벗은 여자친구가 점점 성숙해지는 로맨스를 컨셉트로 한 타이틀곡을 선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이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눈에 가리개를 씌워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아니라, 자신들의 역량을 시험해볼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그래서 여자친구의 변신이 반갑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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