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투자 DNA’…‘20조 도시바’ 인수제안서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의 통근 베팅이 첫발을 내디뎠다. SK하이닉스가 세계 2위권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20조원 규모의 도시바 인수전에서 승리할 경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5위인 SK하이닉스는 단숨에 2위로 도약, 세계 1위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된다.

지난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에 이은 최 회장의 ‘투자 DNA’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할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9일 일본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날 오전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 인수를 위한 1차입찰(예비입찰) 제안서를 도시바 매각 주관사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서 제안 주체는 SK하이닉스고 이 과정에 SK텔레콤 박정호 사장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장은 SK그룹이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도 주도했던 인물이다.

SK하이닉스가 일본 FI와 손을 잡은 것은 최소 10조, 최대 26조원으로 판돈이 커진 인수 자금 부담을 해소하는 동시에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FI는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이 유력 후보다.

거래 금액과 인수 희망 지분 등은 공개 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최종 입찰 참여가 확정될 경우 재공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입찰은 예비입찰로 공시 대상은 아니다. 도시바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메모리 사업 분사를 정식 결의한다. 우선협상 대상자는 6월께 선정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시장점유율은 18.3%로 2위다. 9.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에 최종 성공할 경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37.1%)와 양자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현재 도시바 인수 전에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TSMC, 중국 칭화유니그룹 등 10여곳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3위~5위 업체는 예외없이 낸드플래시 시장 2위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도시바 인수전이 뜨거운 이유다.

업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사업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과감한 결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평소 SK하이닉스를 보다 경쟁력 있는 반도체 회사로 만들기 위해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에 있는 낸드플래시 기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지난해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선 “SK하이닉스가 더 강한 반도체 회사가 되려면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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