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즌’ 김래원 “청춘스타? 배우로 가는 길 찾고 있죠”

-영화 ‘프리즌’ 김래원 인터뷰
교도소 수감된 경찰로 한석규와 케미
로맨스·장르물 다 어울리는 배우 정평
“혼자 드러내려하지 않고 작품 전체 봐”

김래원(36)은 로맨스물과 장르물 양쪽에 다 잘 어울리는 배우다. 연애와 액션 모두 다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 ‘어린 신부’는 로맨스, 드라마 ‘닥터스’는 로맨스와 전문직이 결합했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프리즌’은 영화 ‘강남 1970’과 드라마 ‘펀치’처럼 장르물이다.

김래원의 로맨스물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배우와 연기해도 훌륭한 ‘케미’를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다. 2004년작 영화 ‘어린 신부’에서 김래원이 결혼하는 상대역 문근영은 당시 실제로 고2였다. 자칫 원조교제라는 말도 나올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풋풋한 사랑의 커플로 관객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출자가 예쁘고 순수한 모습을 잘 연출해냈다. 감독이 원하는 맞춤형 도구였다. 감독이 제 웃음을 원할 수도 있고, 다른 걸 원할 수도 있다. 사실 그 때는 내 자신만을 생각하고 연기했다. 지금은 상대도 보고 디테일도 생각하지만, 열정과 패기가 전부였다. 지금은 감독에게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하느냐를 이해하려고 하고 그 밸런스를 맞추려고 한다. 20대에는 그런 걸 잘 몰랐다.”


김래원은 죄수가 교소소 안과 밖을 들락거리는 ‘프리즌’에서 잘 나가는 경찰이었지만 증거인멸 등의 죄목으로 교도소에 수감돼, 그 곳의 황제인 익호(한석규)의 범죄 계획에 발을 들여놓은 ‘유건’을 연기했다.

“처음에는 악질형사였다가 지금은 꼴통형사로 약간 바꾸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데, 깔리는 음악도 그렇고. 오락영화로 봐주면 좋겠다. 유건이 교도소에 잡입한 또 다른 목적, 그걸 감추기 위해 나 자신을 ‘업’시켰다.”

‘프리즌’은 수위 높은 폭력 장면이 있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수위를 조금 낮추면, 등급을 낮출 수 있었지만 보여주려는 의지가 확고했다고 한다. 그는 “눈을 파거나 팔을 자르는 잔인한 핵심 장면은 안보여준다”고 말했다.

김래원은 영화의 공간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촬영장인 전남 장흥교도소에 항상 일찍 나타났다.

“똑같은 사람이어도 원래 패셔너블한 옷을 입는 사람과 처음 입는 사람은 차이가 있다. 전자가 훨씬 자연스럽다. 공간도 똑같다. 공간에 익숙해지기 위해, 촬영에 많이 녹아들기 위해 일찍 온다. 촬영장에서 농구라도 하고 기다리는 것도 그때문이다.”

김래원은 대선배 한석규와의 만남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망루에서의 두사람의 결투는 불이 튀는 장면이다.

“한석규 선배님이 이걸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했다. 선배님은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하셨다. 선배들중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분도 있다. 깊은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하시는 한석규 선배님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김래원은 시청률이 40%가 나온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년)로 널리 알려졌다. 14년 전의 김래원과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지금의 김래원은 외모는 크게 변한 게 없지만 많이 다른 듯 했다.

“30대가 되면서 방향이 뚜렷해졌다. 청춘스타에서 배우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로맨스물을 등한시하기도 했다. 로맨스물을 계속 했다면 이미지가 많이 소모됐을 것이다. 어차피 40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선이 굵고 남성적인 것만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톰 행커스가 나온 영화 ‘캐스트 어웨이’가 좋았다. 삶에 대한 감사가 있다. 사랑하지만 떨어져 있어 이별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의 현실, 사회성과 외로움의 의미, 이런 모습이 참고가 많이 됐다.”

김래원이 중년이 돼가면서 언뜻언뜻 성장의 기운이 느껴졌다. ‘프리즌’에서는 단독샷이 아닌 여러 사람이 잡히는 샷이 많다. 여기서도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자신의 역할이 가볍게 보이도록 노력하려고 했다고 한다.

“보통 매신 날 드러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여기서는 보이지 않게 흘러가야 하는 신이 많다. 다른 배우가 살아야, 내 역할의 진폭도 커지게 된다. 익호한테 맞고 ‘많아 맞았다’라고 하는 애드립은 단독샷이 아닌 흘러가는 신이어서 내 역할을 가볍게 보이려고 한 것이었다.”

김래원은 “예전에는 자신감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른 것은 도토리 키재기였다. 지금은 작품 전체를 본다. 밸런스가 중요하다. 똑같은 연기 같아도 미세한 걸로 레벨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이어 “수감자가 감옥에서 나와 활보하고, 교도관이랑 술도 먹는 게 과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이를 오락으로 푼다”면서 “남자분들은 좋게 본다. 여자는 잔인하고,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래원에게 열연을 펼친 2015년 SBS 드라마 ‘펀치’로 연기대상을 못받아 서운하지 않았냐고 묻자 “(조금 망설이다 꾸벅 하며)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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