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미국행?’ 열차에 몸 싣나… 반도체 업계 지각 변동 예고

도시바 ‘매입전쟁(戰爭)’에 아마존 구글 애플까지 가세
버블론과 ‘승자의 저주’ 또다시 언급돼
삼성전자에까지 영향 미칠지 여부는 시간 두고 지켜봐야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 미국계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도체 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본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에는 1~2개월 가량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 업체가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반도체 업계를 넘어서는 전자 업계의 판도 변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 부문 매각의 향배가 ‘미국행’으로 낙점될 경우 삼성전자도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들게 된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인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들까지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의 판이 커지면서 글로벌 IT업계에 초대형 인수합병(M&A)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현재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의 가격은 2조엔, 한화로 2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분 매각 비중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26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인수합병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각 기업들이 얼마를 써냈는지 등에 대한 입찰 정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많이 써낸 측이 인수합병에 대한 우위를 갖는 것은 맞지만 인수가격이 높은 측이 최종 낙점자가 될지는 미지수다. 도시바측은 9000여명의 고용승계를 인수합병 전제 조건으로 달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중화권의 반도체 관련 회사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이 예비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판이 이상으로 커졌다. 일각에선 ‘버블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입찰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이 때문에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누군가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할 가능성이 커졌단 얘기다. 도시바측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낙찰가를 흐뭇하게 부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IT업체들이 도시바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낸드플래시 초호황과 연관이 깊다. 또 자율주행차와 클라우드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전자기기 고도화가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이라 글로벌 IT업체들 역시 ‘싼 가격’에 반도체를 공급받고 싶어하는 바람은 크다. 전방산업을 흡수하면서 반도체 회사에 지급해온 수익을 사내에 유보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률은 30% 가량으로 알려진다. 100원을 매출로 팔면 30원이 이익으로 남는 구조였다. 글로벌 IT업체들이 뛰어든 것은 높은 수익률을 내는 반도체 사업을 인수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적절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 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이번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의 인수합병 결과에 따라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될 수도 있다. 당장 1~2년 간은 기존 대로 물량을 공급할 개연성이 크나, 반도체 업체를 인수한 고객사들이 자사의 물량으로 필요한 반도체 수요를 충당할 경우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기존에도 도시바가 생산했던 물량은 한정돼 있었고, 반도체가 짧은 시간 내에 생산량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는 제품군이 아니란 점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은 기본적으로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구글이나 애플이 도시바를 인수하더라도 시장 판도 변화는 크게 없을 것이다. 생산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며 “주인이 바뀐다는 것 외에 큰 의미 부여를 하기엔 아직은 이르다”고 말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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