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정치에 환멸 느낀 ‘풀뿌리 부대’…마크롱을 띄우다

보통사람들 자발적 선거운동
아파트·차 선거사무실 활용
평균 30만원씩 십시일반 모금
스타트업 같은 캠프도 화제

무급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아파트나 차를 선거사무실로 내놓고 마치 게릴라처럼 움직인다. 상당수는 선거에 처음 참여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오는 23일(현지시간)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의 힘은 ‘풀뿌리 게릴라 부대’라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라는 뜻)를 이끄는 마크롱은 무급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마크롱이 당선되면 기존 정당 출신이 아닌 최초의 대통령이 된다.

프랑스 2차 TV 대선 토론에 출연한 에마뉘엘 마크롱 [AP]

앙 마르슈 자원봉사자인 알랭 가르시아는 에너지회사 직원이다. 가르시아는 자신의 자동차를 가리키며 “‘마크롱 모바일’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차량 뒷자석에는 마크롱의 선거 전단지가 수천장 쌓여있었다.

기존 정당들은 전국 곳곳에 선거사무실을 두고 있다. 하지만 마크롱의 선거사무실은 이처럼 자원봉사자들이 소유한 아파트나 차량이다. 거대한 컨벤션 센터 대신 작은 식당에서 마크롱의 열혈 지지자나 자원봉사자들이 모이기도 한다.

올해 39세인 마크롱은 전직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올랑드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거쳤다. 이번에 처음 선거에 출마하는 마크롱은 ‘좌도 우도 아니다’라는 선거 캠페인을 내세우고 있다. 오랜 세월 좌우 진영으로 나눠졌던 프랑스에서 이같은 선거 캠페인은 혁명으로 여겨지고 있다.

생겨난지 1년도 되지 않은 앙 마르슈는 마치 IT 스타트업과 같은 조직이다. 온라인으로 회원 가입할 수 있는데 현재 23만명에 달하고 있다.

앙 마르슈는 기존 정당처럼 정치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법적으로 개인당 7500유로(약 900만원) 기부 한도라는 제약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앙 마르슈는 십시일반으로 650만유로(약 78억원)를 모았는데, 1인당 평균 250유로(약 30만원)를 기부했다. 마크롱은 선거를 치르기 위해 개인적으로 800만유로(약 96억원)를 대출받았다.

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최대 과제는 부동층을 설득하는 일이다. 비록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라이벌인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 후보에 비해 지지층이 단단하지가 않다.

자원봉사자들은 빵집이나 기차에서 혹은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다른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르시아는 “마크롱의 캠프는 자유롭고, 인간적이고, 계층이 없다”며 “무엇인가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때 정치에 환멸을 느꼈던 가르시아는 마크롱을 위한 자원봉사자 700명을 조직했다.

과거 사회당 선거운동가 출신인 소피 솔미니는 “마크롱 캠프에 합류한 이유는 똑같은, 나이든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봇 전문가인 브루노 보넬도 이번에 처음으로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

마크롱의 도전은 앙 마르슈의 의회 진출까지 이어진다. 마크롱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오는 6월 총선에서 원내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마크롱의 상대 후보들은 마크롱이 여러 정당으로 뒤섞인 연립정부에서 시중만 들게 될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마크롱은 만일 자신이 당선되면, 유권자들이 ‘논리적’으로 앙 마르슈가 의회에서 다수당이 되게 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크롱은 올해 총선에서 577개 선거구에 모두 앙 마르슈 후보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후보자의 절반은 여성으로 구성되고, 시민사회 출신 정치 새내기들이 다수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성정치에 대한 환멸이 마크롱의 인기 요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퓌디시알과 이포프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는 34%로, 지난 대선의 20%에 비해 크게 높다. 기권하겠다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은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감에 따른 것이다. 기권비율이 높으면 지지층이 단단한 르펜에게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열린 프랑스 대선 2차 TV토론 직전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과 르펜은 1차 투표 지지율이 25%로 같았다. 2차 투표 지지율은 마크롱이 61%로 르펜(39%)을 크게 앞섰다.

신수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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