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 강호동은 MC에서 플레이어로 진화했다

-소통왕인가, 가식방송의 1인자인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강호동은 소통왕인가, 아니면 가식방송의 1인자인가?

정답은 둘 다 아니다. 그럼 왜 이 하나마나한 질문을 하는가? 이런 것으로 예능 캐릭터를 만들어 강호동도 살리고, 이경규도 사는 게 흥미롭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주로 ‘1박2일’을 통해 만들어진 관계망, 즉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 등 동생들과의 관계로 살아왔다. 은지원과 이수근이 ‘신서유기’에서 호동 형을 수시로 까고 있다. 이는 양자의 상호 신뢰와 이해에서 가능하다.


강호동은 예능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동생들이 자신에게 편안하게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기를 원하고 이들로부터 골탕먹는 걸 기쁘게 받아들인다.

또한 동생들은 강호동을 놀려먹을 때 가장 재밌다고 말한다. ‘신서유기’의 신효정 PD는 “항상 동생들중 한 명 정도는 강호동에게 엉겨붙어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예능MC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강호동이 플레이어로서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생긴다. 이미 이 과정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다. 큰 형이 옛날식 진행을 한다고 동생들에게 놀림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을만한 흥미로운 디테일이 생겼다.

그것은 덕후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다. 과거에는 신구세대, 또는 덕후와 일반인은 서로 이질감이 강해 함께 모이기가 힘들었다. 여기에 변화가 생겼다. 강호동은 구세대와 일반인의 자세를 보여준다.

신효정 PD는 “‘신서유기3’ 회식을 하면 모두가 공유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반드시 나온다. 과거에는 서로 ‘왜 이래. 얘 뭐야’라고 했다면 여기서는 서로가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더라. 강호동도 이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잘 모르지만 받아들여주고 인정해주더라”면서 “스타크래프트 퀴즈는 그렇게 해서 나왔다. 규현의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게임을 모르는 강호동의 반응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신서유기’는 강호동이라는 큰 형을 놀리는 프로그램이 돼가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강호동은 젊은 친구들이 하고 있는 것들을 잘 모르지만, 그것들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만은 충분히 돼 있다. 그것이 동생들이 강호동에게 장난치고 싶어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강호동의 인간적이고 재밌는 부분들이 잘 녹아드는 것도 사실이다.

강호동은 이렇게 해서 요즘 문화, 요즘 예능에 적응해가고 있다. MC에서 플레이어로의 진화다. 하지만 강호동의 그 틀은 한계도 조금은 지니고 있다. 철저하게 강호동에 대한 멤버들의 ‘리스펙’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에는 근본 없는 우주대스타 김희철이나, 연륜으로 강호동을 누를 수 있는 예능대선배 이경규 같은 사람이 강호동과 관계를 만들어내는 게 효과가 클 수 있다.

이경규는 ‘아는 형님’에 나와 자신과 함께 ‘한끼줍쇼’ 공동 MC인 강호동을 두고 “애랑 소통을 30분 한다. 애가 지친다”면서 “평상시에는 애들 지나가는 것을 쳐다도 안 본다. 가식 방송의 1인자”라고 했다.

이경규 말대로 강호동이 가식을 떨지 않고 지나가는 애들과 계속 소통하다가는 1시간에 10m도 전진할 수 없다. 강호동은 예능동생들을 벗어나는 관계에서는 자신이 낱낱히 까발려짐을 알고 있다. 멘트가 점점 독해진다. 그러니 소통왕이 칭찬도아니며, 가식방송의 1인자란 말도 욕이 아니다. ‘김영철의 시청률 5% 돌파 하차 소동’처럼 그저 재미를 주기위한 용도임을 안다. 강호동은 시시콜콜한 것 까지 다 알고 있는 김희철에게도 놀림을 받고 있다. 김희철은 철저한 직업의식에서 강호동을 밀어붙이기 때문에 건방져 보이지 않고 자신있게 보인다.

강호동은 이렇게 당하고 있지만 오히려 현재 예능인으로 거듭난다. 그는 김희철의 다그침에 인정과 항변과 변명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당하는 캐릭터를 드라마에서는 ‘재물 캐릭터’라 하고, 예능에서는 ‘샌드백 캐릭터’고 한다. 요즘 강호동은 잘 맞고 있다. 강호동은 목소리 큰 MC에서 활력이 넘치는 플레이어로서도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