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장경제국’ 카드 만지작…“Mr. 시진핑 뭘 내놓을래”

6일 시진핑과 회담앞두고 고심
무역불균형해소 지렛대로 활용
WTO가입때 비시장경제國 분류
對中 ‘반덤핑관세’ 적절성 재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중국의 ‘비시장경제’(NME) 무역 지위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6~7일(이하 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불균형 해소 협상을 위해 중국의 숙원인 ‘시장경제’ 지위 부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상무부는 3일 연방정부 관보에 중국에 대한 비시장경제 지위를 유지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게재문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알루미늄 포일: 비시장경제 국가로서 반덤핑과 수출장려금 상계 관세법에 따른 중화인민공화국의 지위에 대한 조사 시작의 공지’라는 제목 아래 국민의 의견을 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세부 요약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알루미늄 포일의 적정가치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서 상무부는 중국이 반덤핑 및 상계 관세법에 따른 NME로 계속 대우받는게 적정한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며 “1930년 제정된 관세법에 따라 고려되는 요인들에 대해 국민의 의견과 정보를 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 알루미늄 생산업체들이 정부에 중국 라이벌 업체들에 대한 38∼134%의 반덤핑관세 부과를 요청한 가운데 나온 조치이긴 하지만, 미 정부가 산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수렴해 중국의 현 무역 지위를 재검토하겠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비시장경제 국가로 분류돼왔지만 가입의정서 규정에 따라 15년이 지난 지금은 자동으로 시장경제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NME 지위가 중국 대외무역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대국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WTO는 2001년 12월 중국의 가입을 승인하면서 무역파트너들에게 중국을 NME 지위로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무역상대국들은 반덤핑 관세를 통해 중국 수입품에 특별관세를 쉽게 부과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은 자체 절차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맞서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때부터 줄곧 중국의 ‘무역 불공정’을 공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별·상품별로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고,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을 담은 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불공정 무역국으로 지목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와 배치돼 보이는 미 상무부의 중국 무역 지위 재검토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협상 카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통상 관계자는 “미 상무부가 재검토 결과 중국을 다시 비시장경제 지위로 둘 가능성도 크다”며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역조를 의식해 중국의 무역 지위를 하나의 지렛대로 쓰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역과 북핵, 미사일, 안보 등의 의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무역 불균형과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창’과 미국과의 전쟁을 피하려는 시 주석의 ‘방패’ 간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다음주 중국과의 만남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에게 거대한 무역 적자와 일자리 손실이 더는 있을 수 없다”고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에 시 주석은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주(州)정부 투자 선물을 준비하며 무역 압박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시 주석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지정학적 이슈에 대한 논쟁은 피하고, 경제 및 무역 협력 논의에 초점을 맞추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 주석이 교량과 도로 등 대규모 인프라투자 카드를 내밀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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