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실세 배넌 NSC 퇴출…트럼프의 막가파정책도 바뀔까

맥매스터 NSC구성 재량권 행사
배넌 주도 反이민명령 등 제동
트럼프 입지 축소 역효과 낳아
잇따른 정책실패 돌파구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전격 퇴출됐다. ‘경쟁의 용인술’을 앞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그룹 권력 지형에 대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측근이었던 배넌 수석전략가의 NSC 상임위원 직위를 박탈했다. 배넌의 자격 박탈은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의 건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수용하면서 이뤄졌다.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AFP통신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NSC 구성의 재량권을 갖겠다고 건의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뼛속까지 무골(武骨)인 육군 중장 출신 맥매스터가 ‘국가 안보’에 문외한인 배넌이 입김을 발휘하는 것을 마땅찮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군 장성 출신의 안보 총사령탑이 ‘아웃사이더’를 밖으로 쫓아낸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맥매스터가 배넌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말 마이클 플린 전 NSC 보좌관의 후임으로 맥매스터 인선을 발표하며 “엄청난 경험과 재능을 가졌으며, 군 내에서 모두에게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높게 핑가했다. 그는 1984년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걸프전과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에 참전했다. 역사학 박사학위 소지자인 그는 미군의 베트남전 참전을 비판했고, 다수의 저술을 남겨 ‘미 육군의 지성’으로 꼽혀왔다. 그는 또 한번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추진하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배넌이 빠진 자리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 책임자, 미군 합참의장, 니키 헤일리 UN 대사 등이 들어간다고 WSJ은 전했다. 극우 성향의 인물이 NSC 결정 라인에서 밀려나면서 미국의 대외 안보정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넌은 성명서에서 “수잔 라이스가 지난 정부에서 NSC를 운영했고, 나는 그것이 조직상 해체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반에 참여했었다”며 “이제 맥매스터 장군이 NSC를 적절한 기능으로 복귀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수잔 라이스는 오바마 전 정권의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맡았었다.

WSJ은 배넌의 퇴출에 대해 “백악관은 이 움직임을 맥매스터 장군의 NSC가 자연스럽게 진화한 것으로 설명했지만, 웨스트윙(백악관 집무실) 내부에서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힘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트럼프 측근 그룹의 권력 지형도가 임기 초반 1인자였던 배넌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만 해도 ‘그림자 대통령’으로 불리며 주요 정책을 주도했던 배넌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계속 감지돼 왔다.

인종차별주의자인 그는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주도했는데, 이 명령의 초안과 수정안 모두 법정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축소시켰다는 책임론에 시달려왔다. 대선 기간 국수주의와 반(反)자유무역 등 극우성향의 공약을 주도해 승리를 이끌었지만, 정권 출범 이후 실제 국정 운영에 극단적인 그의 시각이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극우 성향이 강한 배넌을 의도적으로 멀리하고 있다”며 “취임 이후 반이민 명령, 러시아 내통설, 최근 오바마케어 폐지 실패 이후 대통령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백악관 내 친인척 그룹의 부상과도 무관치 않다. 그동안 공직 없이 아버지를 도와온 이방카는 최근 백악관 보좌진역을 맡아 전면에 등장했다. 그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도 ‘미국혁신국’의 수장 자리를 꿰차며 다시 한번 최강 실세임을 입증했다. WSJ은 “두달 전만 해도 미국혁신국 수장으로 배넌이 거론됐으나 갑자기 쿠슈너로 바뀌었다”며 “트럼프 측근 권력 지형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민선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