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후보에 묻다 - ①세제개편]“증세 필요땐 법인세보다 부가세”

재계 “세수확대 초점 맞춰야”

19대 대선 후보들이 복지 확대 재원마련을 위해 세금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말 국회에서 진통을 겪었던 법인세 인상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재계는 ‘법인세보다는 부가세 인상이 바람직하다’며 맞서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차기 정권 초기, 세금인상을 두고 정권과 재계간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업 경제연구실 실장은 6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세는 세금의 가장 큰 세축이다. 경기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법인세고, 가장 적은 것이 부가세”라며 “부가세가 역진성이 있다고 하는데, 부가세 감면 혜택 등을 고려하면 역진성은 거의 뉴트럴(중립)에 가깝다.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면 부가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군 가운데 ‘부가세 인상’에 대해 가장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측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다. 유 후보는 조세의 목적 가운데 하나인 소득재분배 달성을 위해선 간접세인 부가세 인상보다 직접세인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실장은 “세금 인상을 위해서는 복지를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복지가 늘어나는만큼의 재원조달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법인세를 낮춰서 한국에 투자한 외국 자금의 이탈을 막아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영국은 20%인 법인세율을 2020년까지 17%로 낮출 예정이고, 중국도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첨단기업에 한해 올해 초 15%로 내렸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겠다고 밝혔다면서, 법인세 인하가 전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법인세 인상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경상 상의 기업환경본부장은 “세율이 아니라 세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율을 올리면 기업 활력이 떨어지고 투자가 위축되며, 결국 세금이 덜 걷히게 된다”며 “OECD 대부분의 국가들은 법인세를 낮춰서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로 경기가 활성화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세율을 그대로 뒀거나 높였다면 경기는 더 나빠졌을 것이다. 수출이 줄고, 일자리는 더 빠르게 감소했을 것”이라며 “세율과 경제성장률의 관계에 대한 다수의 보고서는 세율을 높이면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대기업들과 주력산업이 망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린다고 해도 불황 속에 세금을 낼 수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아 세수확보 목표를 달성하긴 힘들 것”이라고 봤다. 주 실장은 그러면서 “증세의 목적이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면 근본적인 대책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소비세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소비세 인상의 걸림돌이 역진세에 따른 소득불균형 문제인데, 이를 해결해야 국민들 저항도 적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학계도 아직은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유보적 입장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인세 인상 등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선 보다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법인세는 정치적 논쟁의 중심이지, 큰 세수를 올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며 “엄밀히 말해 세수확대 차원에서 효과가 큰 것은 소득세와 소비세”라며 “법인세는 과세범위를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 명목법인세 최고세율이 24.2%(지방세 포함)로 OECD 국가 가운데 19위다. OECD 국가의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은 23.2%다. 한국은 지난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고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홍석희ㆍ유재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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