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사라지고 ‘주적’만 남았다

-안보 위기 해법 없이 시대착오적 주적 논쟁만

-“방향 제시 없어, 대한민국 맡겨도 되나 우려”

[헤럴드경제=신대원ㆍ문재연 기자]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안보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작 미래비전과 방향타를 제시해야할 대선후보들의 수준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현재 한반도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고강도 대북압박으로 위기설이 공공연히 제기될 만큼 불안정하다.

여기에 중국은 미국 측에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발언하는가 하면, 일본은 한반도 위기설을 부채질하면서 자국 군사력 증강의 기회로 활용하려 하는 등 한국이 대통령 궐위에 따른 리더십 공백에 처한 사이에 주변국에선 어처구니없는 일들마저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19일 외교안보 위기 극복 방안을 주제로 열렸던 주요 대선후보들 간 TV토론은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 건설적 대안과 해법은 실종됐고, 오히려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이념적 공세만 난무했다.

전문가들은 대선후보 TV토론에 처참할 정도로 박한 점수를 매겼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4~5년 간 대한민국 외교ㆍ안보를 끌고 가야하는 방향성 제시는 하나 없고 굉장히 선정적 이슈들만으로 토론이 진행됐다”며 “대한민국을 맡겨도 되나하는 우려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문제, 한미동맹, 한중관계, 한일관계, 통상정책 등 주요 5개 의제는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다”며 “일부 후보는 벼락치기식 준비를 하고 나온 것처럼 보였는데 전반적으로 과외공부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도 “외교안보 주요 정책들이 포괄적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주적개념과 대북송금 등 남북관계 특정 이슈가 집중적으로 다뤄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정책 중심의 논쟁보다는 후보의 이념성향을 공격의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선 기간이 짧은 탓인지 정책 준비성과 논리성이 많이 부족했다”며 “미중관계의 변화와 그 속에서 한반도 생존전략과 비전에 대한 부분도 준비가 대단히 부족했다”고 촌평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역시 “각 후보가 북핵해결 과정에서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답변이 부족했다”며 “역대 정부마다 국방정책에서 한계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진단과 해법 없이 서로 비슷한 베끼기식 정책에 그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흘러간 유행가가 돼버린 주적 개념 논란이 재현된데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주적이 있다면 ‘부차적인 적’도 있어야 한다. 북한이 주적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부차적인 적이냐”면서 “냉전이 끝난지 곧 30년이 되는데 아직까지 냉전시대의 주적 개념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에게 한편으로 적이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로는 통합해야 할 같은 민족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대상”이라며 “안보와 남북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최고지도자가 병행해야 할 양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역시 “국민적 판단이 끝난 북한 주적 개념이나 햇볕정책의 장단점 등에 대해 다시 이념성 공격을 제기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일에도 ‘종북몰이’, ‘안보불안’ 등 설전을 주고받으며 주적 개념 논란을 한층 더 키우기만 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신대원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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