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애간장 졸이는윤여정-정유미 케미

윤여정셰프 손님 넘칠땐 조마조마
‘윰블리’정유미가 옆에서 잘 보좌
디테일에 맛깔스런 재미까지…

“예능의 끝은 다큐가 될 것”이라고 한다면 tvN 예능 ‘윤식당’은 그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윤식당’은 개업이후 한차례 식당이 철거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오늘 영업, 내일 영업, 모레 영업의 반복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좀처럼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 이유는 리얼리티물이 보여주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 예능적으로 말하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관찰예능으로의 완전 이행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5화에서는 ‘윤사장‘ 윤여정과 ‘주방보조’ 정유미의 디테일과 케미가 더욱 잘 살아나 보는 재미를 더했다. 카메라는 이들의 세세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게 나영석 사단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윤여정은 요리에 능숙하지 못하다. 여기서 최현석이나 이연복 셰프가 하는 것과 달라지고, 더 재미있는 지점이 생긴다. 윤여정은 손님들이 몰려오면 정신을 못차린다.

5화에서는 비가 오면서 갑자기 손님들이 몰렸다. 70대의 나이라 체력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윤여정은 이를 식당업이 배우와 똑같다고 설명했다. 배우도 한꺼번에 작품 3~4개가 들어오고, 안들어올 때는 하나도 안들어온다. 한번에 작품 3개가 들어오면 어떻게 그걸 다 하냐고.

윤여정은 한 테이블에서 같이 시킨 메뉴들을 동시에 내보내는 게 아니라 한개씩 만들어 내보낸다. 심지어 먼저 음식이 나온 일행이 거의 다먹었을 때 다른 음식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윤여정은 스스로 “나 정신 나갔어”라고 말한다. 주문받은 음식이 불고기 누들인지, 불고기 라이스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다큐같은 tvN 예능 ‘윤식당’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면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사진에서의 모습처럼 잔뜩 긴장한채 마음은 급한데 요리는 안되는 윤여정과 뭔가 모든 것을 꿰고 있다는 듯 느긋한 모습의 정유미가 환상의 케미로 맛깔스런 연기를 담아낸다.

이럴 때에는 ‘윰블리’ 정유미가 큰 역할을 담당한다. 한 사람이 정신을 못차릴 때 또 한사람도 함께 흥분해버리면 엉망이 되지만 정유미는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되 윤사장의 흥분을 가라앉혀준다.

주방은 속도전이다. 윤여정은 프로 셰프는 아니지만 정석 플레이다. 그러니 요리 시간이 제법 걸린다. 시청자들이 긴장할 정도다. 불려놓은 면이 모두 소비된 상태에서 불고기 누들의 주문이 들어오자 더 이상 만들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정유미가 면을 급히 생수대의 온수에다 넣어 제때 음식을 내놓을 수 있게 했다. 시간이 가면서 윤여정과 정유미의 케미가 더욱 더 잘 살아난다. 두 사람의 합작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시청자들은 박수를 치며 보게 된다.

기자가 보기에 주방에서 둘의 관계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정유미는 주방에서 어떻게 기여해야 될지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완전 보조에만 머물러 있기도 어렵다. 하지만 정유미는 윤여정을 잘 모신다. 현지 음식이 낯설 윤여정을 위해 반찬까지 준비해왔다. 


윤여정은 후배에게 따뜻하지만, 할 말은 하며 예민한 부분이 있는 선배다. 윤여정은 정유미에 대해 “어른을 잘 모신다. 마음을 쓰는 아이다. 내가 하는 게 안쓰러우니까 뭘 도우려고”라며 칭찬한 바 있다.

‘윤식당’은 크게 윤여정과 정유미가 책임지는 주방과 이서진과 신구가 손님에게 서빙하는 홀 두 파트를 보는 재미가 있다. 손님들은 계속 바뀌면서 그들의 대화도 달라지지만, 주방은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은 공간이다.

이서진 등 출연자들이 기존 불고기 메뉴에 라면과 만두, 치킨을 더해 주방에 변화가 일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비슷한 요리를 계속 만들어도 윤여정과 정유미의 케미(고군분투)와 그 디테일이 살아있는 한 ‘윤식당’을 더욱 재밌게 만들어줄 것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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