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국에서 목사로 살아가기(2)- 준비의 해는 짧고 굵게..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덕목을 갖추고 본격적인 목회를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준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미국유학이었다. 한국에만 국한되는 사역적 경험과 학문적 넓이의 한계를 뛰어넘어, 견문을 넓히고 세계적인 추세와 흐름을 조금이나마 경험해 보기 위해서 본토 친척 아비를 떠나 과감히 미국 유학 길에 올랐고 그 준비의 기간을 마치고 비로소 이제 본 격적인 목회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와서 십 년을 넘게 준비의 기간을 보내다 보니 최근에는 나를 비롯하여 수많은 젊은 예비 사역자들이 어쩌면 필요이상의 과도한 준비 기간 으로 세월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의 선교사역지에서 탁월한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서 수년째 미국에 머물며 준비시간을 갖고 있는 분 들과 좀더 경쟁력 있는 목회사역을 위해서 석사에 박사학위, 심지어 후기박사과정(포스트 닥터)까지 감당 하 면서, 준비기간을 갖고 있는 분들을 보게 되고, 나 역시도 그런 부류에 해당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세상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일 들에서 불필요하고 과도한 준비로 낭비가 되는 부분이 꽤나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 해보면… 하나님은 특정한 자격을 갖춘 사 람에게 일을 시키시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일을 맡긴 자에게 자격을 갖춰 주시는 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 다면, 남은 평생을 기다 리다가 다 보낼 지도 모를 일이다. 나 역시 과도한 준비의 기간을 거쳐서 최근에 교회를 새롭게 개척하고 조금은 뒤늦게 사역의 전선으로 뛰어 들게 된 경험을 갖고 있는 늦깎이 사역 자로서, 일평생 준비만 하다가 끝이 나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 겠다는 생각을 더 욱 많이 하게 되었다.

이렇게 본격적인 목회자로서 행보가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에서 신 학 대학을 졸업 했건 미국에서 졸업했건, 많은 분들이 목회자로 종교비자를 신청하고, 2년 경력 후에 종교이민을 신청해야 미국에서 목 회자로 살아갈 수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은 종교 비자 보다는 H1-B 전문직 취업비자로 하는 게 더 유리하고 종교 이민 보다 는 일반 취업 이민이 더 쉽다고 전문가들을 말하고 있다.

지금은 종교 비자를 받는 것도 무척 어려워진 실정이지만 불필요한 시간을 보내기 전에 우선 전문가와 상의 해서 ‘짧고 굵게 준비의 해’ 를 보내야 하지 않을 까 싶다. 서양격언에 “준비하고, 자 세잡고, 출발하라”는 말이 있다고 하지만, 믿음의 세계에서 요구되는 바른 순서는 “출발하고, 자세잡고, 준비 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의 땅, 미국에 와서 여전히 완벽한 준비의 시간을 갖느라 보내는 세월을 최소화 하고, 믿음을 가지고 사역의 현장으로 달려나가는 결단과 출발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시온 목사님

김시온 목사 (옹기장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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