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패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장하나의 사모곡

늦둥이로 태어나 칠순 앞둔 어머니 고국에 홀로
“가족과 행복하게 어려운 이웃에 베풀며 살겠다”
LPGA 공식 홈페이지 ”장하나 고마워“ 아쉬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마흔 둘에 하나를 낳아 그동안 뒷바라지만 했지 사랑을 제대로 줘본 적이 없습니다.”(장하나의 어머니)

“앞으로 엄마 모시고 맛있는 음식 먹으러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가능하면 많이 갖겠습니다.”(장하나)

누구나 꿈꾸는 LPGA 무대를 ‘엄마 생각’때문에 반납하는 일은 여자 프로골프 역사상 흔치 않은 일이다.

LPGA 입문 2년만에 4승이나 하고 앞으로 숱한 영광이 더 있을 장하나가 ‘투어참가권 반납 회견’을 하던 서울 시내 한 한식당은 어머니의 눈물로 아쉬움, 애잔함이 가득 찼다.


국민 누구든 장하나의 잔류를 권하고 싶겠지만 늦둥이 장하나의 칠순 앞둔 노모를 향한 효심은 참으로 숭고했다. LPGA 공식 홈페이지는 ‘장하나 고마워’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장하나는 이날 회견에서 “우승을 거둬도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있었다”면서 “수백번 수천번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끝에, 세계 최고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모님 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며 더 즐거운 골프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이어 “그 동안 제가 받았던 과분한 사랑을 다시 어려운 이웃분 들에게 나누면서 도와주는 기쁨도 갖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어머니 김연숙(66)씨를 고국에 홀로 둔 채, 아버지 장창호(65)씨와 투어생활 했던 장하나는 “일흔이 되어 가는 어머니가 너무 지치고 외롭게 지내시는 걸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다.

장창호 씨가 “이제 곧 일흔이 되는 아내가 1년에 340일을 혼자서 지내느라 심신이 지쳤다”가 말하는 사이, 어머니는 계속 눈물을 훔쳤다.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 김 씨는 딸의 국내 복귀가 좋으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며 미소 지었다.

장하나는 “골프 선수로서 목표를 모두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한국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호주여자오픈 우승으로 2019년까지 보장받은 LPGA투어 출전권을 반납한 장하나는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는 올해까지 출전권을 갖고 있다.

장하나는 골프를 시작한지 17년, 프로골퍼로 데뷔한지 8년, 미국에 진출한지는 Q스쿨 선발과정을 포함해 2년6개월이 됐다.

장하나는 “지금부터 잘 준비하여 조만간 국내 골프 팬들에게 직접 필드에서 인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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