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다윤 엄마와 은화 엄마 이야기

MBC ‘휴먼다큐 사랑’은 지난 22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인 조은화 학생과 허다윤 학생 어머니의 슬픈 이야기를 담아냈다. 보는 내내 가슴이 미어졌지만, 엄마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3년간 차가운 세상에 맞서 싸운 두 엄마의 ‘사랑’은 정말 위대해 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비극 앞에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여겼던 평범한 일상이 깨져버린 가족들의 슬픔,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식 잃은 부모의 아픔은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고 공감하게 했다.

눈물 많고 소녀 같은 다윤 엄마 옆엔 언제나 씩씩한 은화 엄마가 있다. 팽목항에서 나란히 붙어있는 12㎡ 임시 컨테이너에 머물렀던 두 엄마는 서로의 슬픔을 온전히 알아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3년이라는 긴 시간, 상처투성이 두 엄마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고 자매가 되었다.


두 엄마는 딸을 그렇게 놔둘 수가 없었다. 뇌종양으로 한쪽 청력을 잃은 다윤 엄마는 “바닷물을 다 푸고 싶어요. 산이었다면 죽는 한이 있어도 다 올라가요. 바다라 어쩔 수 없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다윤 엄마는 “안 살고 싶은 날이 더 많았어요”라고 아픔을 표현했지만, 그럴 때마다 저 앞에서 달려가고 있는 은화 엄마가 용기를 줬다고 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애교 많은 막내딸 다윤이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학교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가도 불평 없이 늘 밝았다. 수학여행비 33만원이 집에 부담될까 가지 않으려던 다윤이를 엄마는 다독여 보냈다. 아픈 오빠와 함께 크느라 일찍 철이 든 은화는 전교 1등으로 공부도 잘했다. 샤워할 때조차 엄마를 옆에 세워 두고 수다를 떨 정도로 ‘엄마 껌딱지’였다.

두 엄마에게 애타게 기다렸던 두 딸도 유골이 돼 돌아왔다. 자식을 앞세운 어미에게 남은 인생은 없었다. 오로지 사랑하는 딸을 찾기 위해 견딘 시간, 엄마라서 포기할 수 없었던 그 3년간의 기다림은 슬픔 못지 않게 모녀간의 끈끈한 사랑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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