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방위비 적게 내”…나토 동맹국 꾸짖은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양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원국들을 향해 ‘공정한 방위비 분담’을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와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본부 준공식에 참석해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나토의 28개국 중 23개국이 그들이 내야 할 방위비를 내지 않고 있다”며 “이는 공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 방위비 2% 선을 지키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 폴란드, 에스토니아, 그리스 등 5개국 정도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동맹국 지도자들에게 만성적인 방위비 저(低)지출에 대해서 강하게 꾸짖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 촉구는 거의 위협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 앞에서 회원국 정상들을 앞에 두고 연설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정한 세계무역센터(WTC) 빌딩 9·11 테러 잔해 철제빔이다.
브뤼셀=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각국의 방위비 최소 분담금을 국내총생산(GDP)의 2%선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작년에 나토의 모든 국가들이 방위비 2%를 지출했다면 1190억달러가량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동맹국들이 완전한 기여를 한다면 나토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이를 집단방어하는 ‘안보동맹 조항(제5조항)’에 대해선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5조항 지지 뜻을 밝히길 내심 바랐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5조항 관련 뚜렷한 지지를 내놓지 않았다며 이는 유럽의 지도자들이 크게 실망시켰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 이 조항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그들의 의무(방위비 분담)를 다한 동맹국들의 안보방위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 발언은 나토 회원국들에게 충격파를 안겼다.

CNN은 “트럼프의 태도는 (제5조항 관련)달라진 입장을 표명하길 기대했던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미 정부 관리들은 미국이 공동 방위조항을 지지하는 것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나토는 이날 회의에서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한 ‘반(反)IS 국제동맹’에 공식 가입키로 했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28개 회원국이 반IS동맹의 멤버가 되는 것으로, 테러에 맞서 싸우겠다는 나토의 약속에 대해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나토는 직접 IS와 전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토는 반IS동맹군에 정보 제공을 늘리며 일부 회원국은 공중급유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어 나토 회원국들은 방위비 지출을 늘려 10년 안에 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방향에 합의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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