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멀티플렉스 공짜표 배포는 공정거래법 위반 아니다”

-23개 영화제작사, 롯데시네마와 CGV, 메가박스 상대 소송 6년만에 패소 확정
-대법원, “영화제작사는 극장과 직접 계약상대 아냐…공정거래법 적용할 수 없어”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공짜 영화표’를 뿌리는 것은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유료 입장객 감소로 손해를 본 영화제작사들이 소송을 낸 지 6년 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영화 ‘달콤한 인생’을 제작한 ㈜영화사봄 등 23개 영화제작사가 롯데시네마와 CGV, 메가박스 등 3개 멀티플렉스 운영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수익 구조에서 비롯됐다. 대형 영화관들은 입장수익 외에도 영화상영 전 광고를 틀거나 음식점이나 쇼핑몰 등 부대시설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 유료관객 수가 많지 않아도 유동인구가 많으면 이익인 구조다. 반면 배급사나 제작사는 유료 관객이 줄어들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공정거래법은 거래 관계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불이익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른 바 ‘갑질’ 금지 조항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송을 낸 영화제작사는 직접 영화관과 거래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어서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영화제작사는 단지 배급사가 영화관으로부터 지급받는 수익 중 일부를 배급사로부터 지급받는 지위에 있을 뿐,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는 ‘거래상대방’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 무료입장권 배포로 인해 유료 입장객이 감소했다는 극장 측 주장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소송을 낸 영화 제작사 측은 영화 관람료를 받고 수익을 배분해야 할 영화관이 시설 이용에 대한 마케팅 수단으로 무료 입장권을 배포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영화관 측은 극장이 무료입장권 발급으로 인해 홍보효과가 증대돼 결과적으로는 유료관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맞섰다. 또 이러한 효과에 대해 제작업자나 배급사도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때문에 부당하게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사건 1심과 2심 결론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제작사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멀티플렉스 운영사들에게 총 27억 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CGV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3대 멀티플렉스의 시장 점유율이 2006년 기준 70%를 넘어서는 등 영화 배급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제작사와 대등한 협상을 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공짜표 배부로 인해 영화 제작사의 수입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지만,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거래상 지위 남용’에는 거래의 직접 당사자만 포함된다고 결론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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