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환부 도려낼 메스, 정당하고 정확한가

‘적폐’를 청산하자고 했다. 비유컨대 대한민국 경제와 정치, 사회, 외교안보의 ‘환부’를 도려내자는 것이다. 이후의 ‘재활’과 ‘체질개선’은 ‘개혁’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대개혁’의 수순이다.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서는 수술을 담당할 집도의와 그가 들 ‘메스’가 필요하다. 집도의의 자격은 정당하고, 메스는 정확해야 한다. 수술이 성공적인 재활과 체질개선으로 이어지려면 환부의 상태를 정확히 살피는 것만큼이나 ‘메스’의 성능과 타당성이 중요하다.

국방부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국방부가 고의로 숨겼다는 것이 지난 5월 31일 발표한 청와대의 결론이다.

청와대의 발표대로라면 국가 외교안보 분야의 ‘적폐’이고 국방부 관료사회의 ‘환부’가 드러난 것이다. 상태가 심각하다. 문 대통령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발표를 종합하면 지난 5월 25일 국정기획위의 국방부 업무보고에 4기 추가 반입 사실은 전혀 담기지 않았고,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방부 정책실장으로부터 받은 보고 내용에서도 없었다.

이후 이상철 안보실 1차장과 정 실장의 추가 조사를 거쳐 문 대통령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화해 4기 추가 반입을 최종 확인한 것이 지난 5월 30일이다. 정치권 뿐 아니라 온 나라, 국제사회까지 들썩이게 했던 엄중하고 민감한 사드 현안이다. 그런데 새정부 출범 후 무려 20여일이나 지나서야 사실관계, 그것도 일부가 대통령과 청와대에 보고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진상규명이 필요한 일이다. 국방부가 왜 고의적으로 누락했는지 꼼꼼히 따져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관련자에게는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또 하나 주목해야 될 것이 있다. 이미 지난 4월 26일 최초 언론보도까지 된 사안을 청와대는 5월 30일에야 최종 확인했느냐는 것이다. ‘국방부 누락보고’가 심각한 환부의 상태를 드러내는 증상이라면 ‘뒤늦은 사실 확인’은 수술을 집도할 의사의 손에 쥐어진 메스의 정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문제다.

새정부 출범 후 보름 이상이 지난 26일 이전에 청와대와 국정기획위로부터 4기 추가반입에 대한 문제제기나 사실 확인 시도가 없었다면, 언론보도까지 난 사항을 대통령 참모진이나 국정기획위 자문위원들도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다. 메스가 무딘 것이 아닌가.

‘집도의의 자격과 정당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문 대통령은 31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내각 인선결과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여러가지 검증 상의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수술이 급하다고 자격이 부족한 의사에게 환자를 맡기려는 조급증이 아닌가 따져봐야 한다.

새정부일수록, 더구나 탄핵이라는 비상사태 속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더더욱, ‘속도전’과 ‘보여주기’에 대한 유혹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또 돌아봐야한다. 자격갖춘 집도의에 정확한 메스를 쥐어줬는지 살펴야 한다. 환부의 심각성이 준 충격으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하면 수술이 성공적일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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