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추경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민간 활력 저하에 자생적 회복력 약화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문재인 정부가 사상 최악의 고용대란을 극복하기 위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우리경제가 3년 연속 추경에 의존하게 됐다. 특히 3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위기에 처한 고용대란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를 보겠지만 우리경제의 자생적 회복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대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년 추경을 편성해 예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되고 재정 관리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2007년 국가재정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을 제정, 추경 요건을 명확히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과 2009년에 대규모 추경이 편성됐으나, 2010~2012년엔 추경 편성 없이 경제를 운용했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출범 첫해인 2013년 민생안정 등을 위해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고,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와 가뭄 극복 등을 위해 11조6000억원, 지난해에는 대외불안과 조선업 구조조정 대응을 위해 11조원의 추경을 각각 편성했다. 4년의 재임 기간 동안 2014년 한해를 제외하고 3개 연도에 걸쳐 추경을 편성한 것이다.

조기대선으로 지난달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1개월도 넘기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민간의 고용 지원 등을 위해 11조2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추경 편성안을 의결했고, 오는 7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실 이번 추경은 대선 이전부터 거론돼왔던 것이며, 현재의 고용대란은 이전 정부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추경의 책임을 현정부에 묻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경제정책의 재정 의존이 지속되면서 우리경제의 자생적 회복력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우리경제는 지표상으론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성장의 질은 극도로 취약한 상태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1.1%를 기록해 2015년 3분기 이후 6분기만에 1%대에 올라섰지만,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1.1%포인트에 달한 반면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0.2%포인트에 불과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성장 구조가 ‘기형적이고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소비절벽이 올들어 완화되고 있으나 내구재 소비의 상당부분이 신제품 출시에 따른 통신기기 수요확대, 미세먼지 증가와 기온 상승에 따른 가전제품 수요 증가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이어서 회복세 지속을 예견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도 완만히 개선되고는 있지만, 2분기 들어 회복강도가 약화되는 등 불안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우리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단가회복에 기인한 측면이 크고 5월 들어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ㆍ중국으로의 수출경기가 약화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하반기에도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할지 불투명하다.

이처럼 경제기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경기 및 일자리 개선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 및 고용부진의 근본원인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추경은 오히려 우리경제에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신성장동력을 창출해 민간의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노동시간 단축 등 보다 근본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일이 시급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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