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택시기사①]“운전 중 취객에 맞아도 참아요”…폭행 당하는 기사 하루 9명

-택시기사 41% “승객에 맞은 적 있어”
-처벌 강화에도 정작 신고는 어려워
-경찰 조사에 영업 부담…“신고 꺼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택시기사 김모(66) 씨는 지난해 11월 술에 취한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평소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던 승객 유모(45) 씨는 자신이 알려준 길대로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달리는 택시 안에서 김 씨의 머리 등을 주먹으로 폭행했다.

달리는 도중에 뒤에 탄 승객에게 폭행까지 당한 김 씨는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을 겪고 나자 경찰에 억울함을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한밤중 유 씨를 태우고 경찰서에 도착한 김 씨는 경찰에 자초지종을 말했고, 유 씨는 그 자리에서 입건됐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 폭행을 일삼은 유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 폭행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24일 유 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이미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황”이었다며 양형 배경을 설명했지만, 벌금형 소식에 주의 택시기사들은 “초범이라지만, 처벌이 가벼운 게 아니냐”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지난달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685명 중 41.4%인 249명이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한 달에 한 번꼴로 폭행을 당할 만큼 만성적인 폭행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김 씨의 경우처럼 승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택시 기사들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택시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폭행을 당해도 영업 때문에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운전 중 폭행으로 입건된 수는 3100여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9명이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셈이다. 지난달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685명 중 41.4%인 249명이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한 달에 한 번꼴로 폭행을 당할 만큼 만성적인 폭행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 택시 관련 행정을 총괄하는 서울시 택시물류과장도 직접 택시를 운행하다 만취한 승객에게 두들겨 맞아 전치 2주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늘어나는 범죄에 검찰은 지난 3월 운전자에 대한 폭행에 대해 엄정 대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대중교통 운전자에 대해 폭력행위를 한 경우에는 처벌을 가중하겠다”며 “도로상의 위험이 현실화된 경우에는 별도의 양형 가중인자로 취급해 처벌수위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처벌은 강화됐지만, 정작 피해자인 택시기사들은 신고가 멀기만 하다. 택시기사 김중경(60) 씨도 지난달 술에 취한 승객이 자신의 머리를 수차례에 걸쳐 때렸지만, 신고를 포기했다. 빨리 다른 손님을 태워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서에서 몇 시간 동안 조사를 받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요즘 경기가 어려워 할당조차 채우기 어려운데, 몇 시간씩 조사를 받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에는 웬만큼 맞지 않으면 되도록 참자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경찰도 참고인 조사를 받는 경우에는 여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빡빡한 회사 일정 탓에 택시기사들이 수차례에 걸친 참고인 조사를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 일정 등과 관련해 택시기사들을 배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당사자들은 어려워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적극적인 신고가 있어야만 교통안전까지 위협하는 운전 중 폭행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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