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택시기사②] 폭행 막는 택시 보호벽…설치 못하는 까닭은?

-“기사 안전 보장” vs “불편함만 초래”
-야간운행ㆍ여성기사들엔 ‘안정감’ 줘
-1대당 50만원 부담…비용 문제 난관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만취 승객의 택시 운전사 폭행이나 강도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택시 기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운전석 보호격벽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보호격벽은 운전자를 승객의 폭력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운전석 주위에 설치한 플라스틱 벽을 말한다.

보호격벽을 희망하는 택시기사들은 물리적인 강제 분리가 기사와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9년차 택시기사 장모(56) 씨는 “가끔 취객들이 운전을 방해할 때 보호격벽의 필요성을 느낀다”며 “모든 택시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보호격벽을 설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보호격벽이 오히려 택시기사와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30년차 택시기사 김모(70) 씨는 “보호격벽이 설치되면 현금을 주고받을 때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고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야간 근무하는 기사들은 보호격벽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주간에만 근무하는 기사들은 특별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기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5년 6월 개인택시기사 500여명과 법인택시 사업자 91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인택시 기사 가운데 45%는 보호격벽을 설치를 희망한 반면 55%는 “택시공간의 협소함”(48.7%)과 “승객 불편함”(25.1%)을 이유로 설치를 원치 않았다. 법인택시 사업자도 절반 가량만 보호격벽 설치를 원했고 나머지는 개인택시기사와 같은 이유로 설치를 거부했다.

반면 여성기사 대부분 보호격벽 설치를 희망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4년 12월 여성기사 30여명을 대상으로 보호격벽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운전기사 90%는 “야간 운전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보호격벽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호격벽이 설치된 택시를 탑승한 승객 가운데 약 80%도 보호격벽을 희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난관은 비용이다. 지자체가 설치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더라도 개인택시 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최소 50여만원에 달한다.

21년차 택시기사 이택근 씨는 “보호격벽 설치는 둘째치고 누가 과연 이 비용을 댈 것인가가 문제”라며 “개인택시는 택시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있을텐데 굳이 이를 부담하면서까지 보호격벽을 설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자체에도 부담이다. 서울시가 시내에서 운행하는 택시 7만여대에 보호격벽 설치 비용의 절반을 부담할 경우 최소 100억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설치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보호격벽으로 운전자와 승객을 물리적으로 분리시켜 놓음으로써 음주자나 정신병력 경력의 환자들의 돌발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비용적인 문제로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택시기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가 모든 비용을 감당하려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이는 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국과 미국 등 몇몇 선진국은 택시의 보호벽격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앞선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영국의 경우 택시 운전석 옆자리는 의자없이 짐칸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뉴욕시도 지난 1994년 끊이지 않는 교통 범죄를 줄이기 위해 택시의 보호격벽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친근한 택시기사’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택시기사가 보호격벽과 CCTV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우버와 경쟁하게 된 택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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