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달]재계 ‘첩첩산중’에 빠지다

-문재인 취임 한 달…J노믹스 구체화되며 ‘소득주도성장’ 가시화
-행정부 비정규직 정책 등 경영계와 불통…유구무언 분위기
-입법부 친(親) 노동계 성향도 우려…노동 입법 88% 증가
-사법부 진보 성향 재판관 부담…대법관 13명 교체 전망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오는 9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채우게 된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청와대 주인이 바뀌었고, 문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 새로운 국무위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 1호 업무지시로 국가일자리위원회 구성됐고, 1호 활동으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전환 방침이 이뤄졌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정부 조직 및 목표가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재계는 ‘첩첩산중’에 빠지고 있다.


새롭게 들어선 행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헌법 119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업 경영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 정치권의 ‘친(親) 노동계 행보’는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하락 우려로 이어진다. ‘진보 성향’으로 교체되는 사법부 역시 기업 경영 활동의 중장기적인 부담이다. 입법-행정-사법 등 기업을 둘러싼 3부 환경의 변화에 재계는 ‘시계제로’로 내몰리는 모습이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마땅한 통로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맏형’ 노릇을 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체 수준이고, 경영계입장을 대변하던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비정규직 정책과 관련해 십자포화를 맞은 까닭에 ‘침묵 모드’다. 이들 경제단체를 통해서라도 하소연하고 싶은데, 유구무언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세부 정책으로 들어가면 더욱 불통이다. 국가일자리위원회의 ‘일자리 100일 계획’에 따라 비정규직 많은 대기업에 대한 부담금 부과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재계로서는 마땅한 의견 제시 기회가 없다. 최저임금 등 생산 비용과 직결되는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그나마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여권을 둘러싼 진보 단체의 공격으로 향후 행정부와 소통해 나갈 여지를 좁히고 있다.


행정부에 가로 막힌 재계는 입법부의 장벽도 높게만 느껴진다. 여당이 진보 성향인 까닭이겠지만, 친노동계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단체협의회(이하 경단협)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기준으로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된 노동 관련 법안이 390건에 이르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19대 국회 발의 법안(207건)에 비해 88%나 증가한 수치이다.

재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인 청년고용 할당제 민간부문 적용, 근로시간 단축, 산업안전분야에 대한 원하청기업 공동사용주 책임, 노조전임자 급여 노사자율지급 등 기업 활동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입법 추진을 우려하는 눈치다.

경영계 관계자는 “여당은 ‘노동존중 사회실현’을 기조로 대선 공약을 제시한 만큼 개헌 과정에서 비중있게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치권의 친노동계 행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부-입법부에 이어 사법부의 재편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김이수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지명됐다. 김 재판관의 경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사건과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재직 중 교원으로 제한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제시할 정도로 진보 성향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문 대통령 임기 중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대법관 대다수가 교체될 예정으로 사법부의 성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 임기 중에 헌법재판관 9명 중에 8명이 교체될 예정이며, 대법관 역시 14명 가운데 13명의 임기가 끝나면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경총 관계자는 “노사관계 문제의 사법적 해결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법부의 재편은 휴일근로 중복할증 등 주요 노동 관련 사건에 대한 진보적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입법-행정-사법 등 3부에 가로막힌 재계로서는 4차 산업혁명기에 대비하고 새로운 성장을 위해 노동계와 적극 대화에 나서야 하지만, 협력적 노사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

민주노총은 6월말 최저임금 결정 시점에 맞춰 ‘사회적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며, 7월 초에는 임금ㆍ단체협상투쟁과 연계한 산하 조직별 ‘릴레이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새정부 출범에 따른 노동계의 기대 심리 상승으로 고율의 임금인상 요구가 지속되고 산업현장의 임단협 교섭 난항이 우려되고 있다.

경단협 관계자는 “새 정부의 비정규직 방침에 따라 대기업 협력업체의 노사관계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특히 정부의 일방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토지와 자본에 이어 생산의 3요소 중 하나인 노동 비용 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가장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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