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증시 동반랠리 어디까지…

# 고소득 직장인 A씨는 서울에만 집이 8채다. 최근 2년간 분양권에 갭(gap) 투자까지, 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모든 자금을 다 동원했다. 한 채당 적게는 수 천 만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값이 올랐다. A씨는 강북 아파트를 팔고 강남권에 아파트를 사려고 고민 중이다.

# 금융권에 다니는 직장인 B씨는 삼성전자에만 투자한다. 2015년 8월 당시 1000주를 가졌었다. 한때 150만원을 넘던 삼성전자 주가가 12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B씨의 보유가치도 3억원 넘게 줄었다. B씨는 118만원에 200주를 더 샀다. 2년도 안돼 주가는 두 배로 뛰었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이 모두 난리다. 서울 아파트 값은 자고 나면 값이 뛰고, 코스피는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비단 국내 뿐 아니다, 미국도 증시와 부동산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유럽과 일본 역시 자산시장 랠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광풍’ 수준의 부동산 투자열기가 대도시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까지 번지고 있다. 이 같은 자산랠리는 거품(bubble)일까, 아니면 대세(general trend)일까?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후자 쪽이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주식과 부동산 모두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2·3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함께 천문학적인 돈을 시장에 풀었다. 그런데 이렇게 풀린 돈 상당 부분이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에 쓰이기 보다는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갔다. 화폐가치 하락과 금리하락은 실물자산과 채권가격 상승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채권금리가 바닥을 찍으면서 돈은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상당 부분 모바일 혁명과 4차 산업혁명 관련주에 집중됐다. 미국의 경우 애플과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실제 종목명 알파벳) 등 ‘FANG’은 올해만 평균 30% 이상 상승하며 S&P500 지수를 이끌고 있다. 중국도 바이두, 알리바바바, 탄센트 등 ‘BAT’가 증시의 핵심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가 코스피 2300 돌파의 주역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최근 경기개선 추세가 뚜렷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보유자산 축소를 준비 중이다. 유럽 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한데 이어 금리 정상화 논의에 돌입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하락한다. 경기개선을 위한 완만한 금리정상화인 만큼 채권에 쏠렸던 자금 상당수가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증시 관계자는 “코스피 2000 미만일 때와 2400이 코 앞인 지금 3000의 높이는 다르다”면서 “2000 미만일 때는 50% 넘게 올라야 했지만, 이젠 2500만 넘으면 20%만 올라도 3000이다”라고 강조했다.

자산랠리의 수혜자는 자산가, 즉 부자들이다. 재산이 불어난 부자들의 구매력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른바 핵심지역 고급주택(prime house)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서울 강남3구와 강동, 용산 마포 등의 재건축 주택가격 급등도 이른바 부자들의 수요가 배경이다. 3.3㎡당 4000만원이 훨씬 넘는 아파트는 ‘부자’가 아니면 사기 어렵다. 최근 가계빚 급증의 상당 부분은 이른바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유동화 또는 차입투자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보다는 주식시장의 활황이 더 오래 갈 것으로 내다본다. 규제 때문이다. 증시가 오르는 것을 정부가 누를 필요는 없다. 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주거 안정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정부 개입 가능성이 크다. 대출규제와 투기과열지구 지정, 세금부과 등의 대책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서울 핵심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잡히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규제를 해도 부자들은 여전히 자금조달 능력이 크고, 세금을 높여도 집값이나 임대료에 이를 반영하면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모두 살고 싶어하는 곳인지 아닌 지다”라고 설명했다. 

홍길용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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