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난맥에 불통조짐도…文정부 초심 잃지 않아야

‘준비된 대통령’을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한 달만에 주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장 인사 문제가 집권 초반 문 대통령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안현호 일자리 수석 내정자가 석연치 않게 임명 취소된 데 이어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열흘 여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상관없는 청와대 참모진 조차 최소한의 검증도 못했다는 얘기다.

조각(組閣) 인사는 더 심각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장관 후보자 4명을 발표한 뒤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무위원급 18개 부처중 후보자가 내정된 곳은 6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날 임명된 장관 후보자는 모두 검증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여당 의원들이다. 앞서 임명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 전입에 거짓말 논란까지 겹쳐 새 정권에 엄청난 부담이다. 일부 내정 단계에 들어갔던 장관 후보자들도 이런 저런 문제가 드러나 재검증 중이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탓에 내각 구성이 늦어지는 측면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스러울 정도로 인사가 지지부진하다.

국정운영의 난맥상은 인사 뿐이 아니다. 지난 정권의 ‘불통’을 앞장서 비판해 왔던 새 정권에도 과거의 그림자가 얼핏 비친다. 자신만이 선이고 반대 의견은 무시하고 면박주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결국 박병원 회장 명의의 ‘반성문’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전달했다.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0’ 정책에 반박했다가 반성문을 쓴 것이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미래세대에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 쓴소리를 듣지 않는 정권의 끝이 어떤지는 누구보다 지금의 집권 세력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이면 문 대통령 취임 한달이 된다. 셔츠 차림으로 참모들과 산책하고, 스스럼없이 시민들에게 다가가며 제왕적 권위주의를 벗어던진 문 대통령의 파격적 행보에 국민들은 환호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80%를 훨씬 웃돌며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일 만큼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계기로 고공행진하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인사 난맥과 사드 혼선, 불통 조짐 등이 그 이유일 것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그 이유는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만이 정의라는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소통과 경청의 자세를 보이면 꼬인 실타래는 풀리게 마련이다. 당선 당시 초심을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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