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인사청문회 대통령 나서야

인사청문회가 호기롭게 시작했던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있다. 80%대 중반을 기록했던 지지율은 7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사드 관련 보고 누락사건의 여파가 컸지만, 인사청문회의 부정적 효과 또한 적지 않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탈세,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들의 공직 배제원칙이 이낙연 국무총리부터 틀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억울한 면도 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훨씬 경미하게 느낄 것이다. 재산증식을 위한 위장전입과 자녀교육을 위한 일을 같이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이해된다. 다운계약서 작성은 10여 년 전만 해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행이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게다가 야당의 비난은 ‘반대를 위한 반대’이지 않은가. 지금의 야당(자유한국당)이 여당(새누리당)인 시절, 더 심한 비리의 주인공들도 비호했던 게 그들이다. 사실 지난 정부 시절의 여당의 기준으로 보면 논란거리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불법은 불법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빚어졌던 편법의 진흙탕 길을 걸어오는 사이에 누구나 ‘알든 모르든’ 먼지 한 줌씩은 바지 어딘가에 묻혀 왔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진흙탕의 현실을 인정하고 이 위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인사기준을 갖고 야당과 논의하는 것이 장관 후보 지명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었다. 진흙탕의 먼지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세부적 인사기준에 대한 여야 간 합의 없이 후보부터 발표한 게 결정적 실수로 기록될지 모른다.

어쨌든 지금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하지 않고 인사청문회 정국을 무사히 돌파하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입과 설득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새 정부의 세부적 인사기준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양해와 협력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와대 수석이나 대변인이 나서서 기계적으로 발표하는 것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 위선적인 변명이 들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현실적 한계를 감안한 세부기준을 발표하고, 이를 기준으로 후보를 판단해 줄 것을 국회와 국민에게 요청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가 해당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과감하게 사퇴시킬 것이란 약속도 해야 한다. 아무런 희생 없이 모든 것을 얻을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보하고 포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인사청문회에 관련해서는 당론 결정을 하지 말 것을 국회에 당부해야 한다. 장관직을 비롯하여 1200여 개의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미국에서도 후보자의 적합성을 결코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이는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독자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국민 대표성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여야 간의 정쟁만 격화시킬 뿐이다. 인사검증을 맡은 해당 상임위에서 엄정한 검증을 실시하되, 적격 여부는 국회의원 개인들이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가 중심이 돼 세부적 인사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의 정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같은 흠결을 놓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장을 달리하는 게 국회의 현실이었다. 인사청문회가 장관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는 실질적인 청문회가 되려면 적어도 도덕성 기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합의하는 세부적 인사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국회 주도로 세부적 인사기준이 마련될 경우, 해당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들은 애초에 배제될 것이다. 도덕성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인사청문회도 후보의 역량평가 중심으로 내실 있게 작동할 수 있다.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집권 초기 인사보다 더 중요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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